공판에서 입장 번복…“방북 요청한 건 맞는 것 같다는 취지”

검찰에서도 비슷한 취지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800만 달러를 보내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대북송금 사실 일부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검찰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지난 18일 이 전 부지사의 특정경제범제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이 전 부지사 측은 “그동안 방북 비용 대납 요청 여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검찰 피의자 신문에서) ‘쌍방울에 방북을 한번 추진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 전 부지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대북 송금 중 ‘300만달러’에 대해선 이 대표에게 사전 보고를 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북측에 전달한 800만 달러 중 500만 달러는 경기도가 북한에 추진하려던 스마트팜 사업 비용을 대납한 것이고, 300만 달러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성사하기 위한 대가성 금액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 측은 “(기존엔) 방북 비용(300만 달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는데 방북을 요청한 건 맞는 것 같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2019년 1월과 5월 (쌍방울과 북한간) 행사를 하면서 쌍방울이 북한과 굉장히 밀접한 접촉을 한 것 같다고 판단했다"며 "그렇다면 방북을 한번 추진해달라는 말을 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 부지사 측은 방북 추진 요청에서 나아가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대납해달라고 쌍방울에 요청했는지 등 자세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또 500만 달러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입장과 똑같다”며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이같은 진술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재판부에 이 전 부지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피고인이 증인신문을 한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위증죄로 기소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증인신문이 아닌 피고인 신문 방식이라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 진술과 달리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게 된다.

양측 입장을 들은 재판부는 "검찰 측은 이화영 피고인의 입장이 정리가 됐으니 증인신문을 통해 세부적인 쟁점을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 같다”며 “재판 후반부에 피고인의 입장이 정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인신문에) 선뜻 동의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에 증인신문의 효율이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 등을 대납하는 조건으로 무엇을 받기로 했냐’는 질문에 “향후 미국의 제재 등이 풀릴 경우 경기도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쌍방울 뒤에는 경기도가 있고 경기도 뒤에는 대권주자가 있었기 때문에 대납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5일에 열린다. 김 전 회장이 이어서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