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사고전후 미흡한 대처
경찰·소방·지자체 책임론 확산
3년전 부산사고 실형선고 사례도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전후로 지자체와 경찰·소방의 현장 대응 미흡 정황이 드러나면서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3년 전 부산 초량1지하차도 침수 사건의 경우 재난 매뉴얼 및 침수 전 조치 등이 실형 선고 기준이 돼, 이번 사건에도 적용될 지 주목된다.
▶‘교통통제’ 매뉴얼에 있어도 조치 없어=19일 청주시가 발간한 ‘풍수해 재난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에 따르면 재해 발생 시 재난 상황 대응책에는 교통통제 예상 지역 조사 및 교통통제 업무가 포함됐다. 초기 대응 단계에서 교통통제 안내방송을 하고, 교통두절 지역을 파악해 우회도로를 찾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통두절지역은 폭설이나 폭우 등으로 교통이 원활하지 않는 곳을 뜻한다.
또한 기상특보나 강수상황에 따라 우선 징후가 접수되면 상황판단회의를 거쳐 유관 부서와 유관기관에게 전파하고, 상급기관인 충북도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금강홍수통제소가 사고 전날인 지난 14일과 사고 당일인 지난 15일 새벽 2차례에 거쳐서 도청과 구청에 상황을 통보했고, 구청이 청주시에 상황을 알렸지만 현장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 사고 발생 2시간 전에는 홍수통제소가 흥덕구청에 전화를 걸어 재차 상황을 알렸지만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충북도 역시 사고 2시간 전부터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사고 당일 7시께 충북도에 “미호천 범람 위험이 있어 재난문자 요청한다”고 전화를 했으나 통화 이후에도 상황이 전파되거나 현장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집중 호우 대응 소홀...실형 선고 사례도=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지자체의 재난 매뉴얼이 있었고, 기상 특보 등 기상 상황이 예보됐던만큼 3년 전 부산 지하차도 침수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 당시 지자체 공무원들은 재난 매뉴얼을 이행하지 않아 실형 선고를 받았다.
특히 2020년 부산 초량1지하차도 사고에서도 재난 매뉴얼은 관할 공무원들의 실형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당시 검찰은 각종 매뉴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021년 부산지검이 발표한 수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부산 동구청은 2015년부터 호우주의보 발효 시에 초량1지하차도에 현장 담당자를 배치하는 등의 지하차도 침수대비 매뉴얼을 마련했다. 사고가 일어난 해에는 여름철 자연재난 대응계획도 수립했다.
부산지법도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1심에서 재판부는 부산 동구 부구청장에게 금고1년 2개월 실형을 선고하는 등 공무원 11명에게 모두 유죄 판결을 했다. 사고 당시 동구 도시안전과장과 안전총괄계장에게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부산 침수사고와 달리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아 처벌 수위가 높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궁평2지하차도는 지하구간 100m이상의 시설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규정된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된다. 궁중이용시설인 지하차도에 대한 관리 소홀 자체만으로 지자체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전날 성명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10조 제7호은 비상상황 발생 시를 대비해 업무처리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으나 청주시장은 지하차도를 통제하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지하차도 침수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하천 제방붕괴와 관련된 관계자들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늦장 현장 대응한 경찰도 ‘도마 위’=경찰이 엉뚱한 곳으로 출동해 사고를 사전에 방지 못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충북경찰청이 공개한 112 상황 신고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7시 2분과 7시 58분 2차례에 걸쳐 궁평지하차도 긴급통제를 요청하는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경찰은 궁평2지하차도가 아닌 도심과 가까운 궁평지하차도로 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궁평지하차도는 사고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와 1.2㎞ 떨어져 있다. 경찰 측은 “신고자가 통제 장소를 정확히 궁평2지하차도로 지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 사고 발생 직후인 오전 8시45분 소방공동대응신고로 궁평2지하차도로 출동했으나, 경찰은 도로 사정 등으로 16분 뒤인 9시 1분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사고 당일 9시 1분에 도착한 이유 등에 대해서는 국무조정실에서 조사 예정이다”고 말했다.
사고 전후로 대처 미흡이 드러난 가운데 경찰 수사와 국무조정실 감찰로 정확한 경위가 밝혀질 전망이다. 수사본부를 꾸린 충북경찰청은 미호강의 홍수 경보에도 지자체가 지하차도를 교통통제하지 않은 이유와 미호강 임시 제방이 붕괴한 원인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국무조정실도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감찰에 들어갔다.국무조정실은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 등 관련 지자체와 경찰·소방의 안전조치 자료를 확인하고, 논란 중인 미호천 임지 제방공사와 관련한 행정기록도 조사할 방침이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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