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폭언, 계약직 직원에겐 해고 언급
글씨체 지적하며 한자쓰기 시키기도
본인 법인카드 유용의혹에는 감사실 출석 요구 거부
법원 “해고 정당, 한전사업개발 신뢰성 우려”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너 아직 계약직이지? 능력 없으면 회사 나가!”
계약직 직원을 차별하고, 점심시간에 한자쓰기를 시키는 등 ‘갑질’을 한 한전산업개발 과장을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2행정부(부장 박헌행)는 전 한전사업 과장 A씨가 “해고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 5월 A씨 측 패소로 판결했다.
한전산업개발 주설비정비실 기계1과장으로 근무한 A씨는 2020년 12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했다. 차별과 폭언 등으로 직원들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내용이었다. 신고 다음 날, 한전산업개발은 즉시 A씨를 무보직으로 자택 대기 발령해 감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확인된 A씨의 비위 행위는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폭언이 8개월에 걸쳐 수시로 이뤄졌다. “X발, 너 똑바로 해”, “야 일을 그딴 식으로밖에 못해? 점심 먹지 마” 등 이었다. A씨는 계약직 직원에게 일부러 고난도의 업무를 부여한 뒤 업무가 지연되자 “너 아직 계약직이지? 능력 없으면 회사 나가”라며 해고를 언급하기도 했다.
부당한 지시도 있었다. A씨는 특정 직원의 글씨체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점심시간에 한자 쓰기를 시키고, 숙제 검사까지 했다. 또한 다른 직원들에게 자신의 연말정산 자료출력, 자녀 학습지 출력 등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켰다.
그뿐 아니라 법인카드를 현금화하고, 납품업체와 유착을 맺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발견됐다. A씨는 자택 인근에서 350여만을 유용하고, 특정 업체의 자재 재고품을 신규 구입한 것처럼 속여 발전소에 설치했다. 단, 실제 유착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감사실이 4차례에 걸쳐 출석을 요구했지만 A씨가 “자존심이 상한다”며 출석 자체를 거부했다.
비위 행위를 확인한 한전사업개발은 2021년 2월, A씨를 최고 수위 징계인 해고 처분했다.
A씨는 해고 처분에 대해 불복했다. 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구제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씨 측은 “표적 징계를 당했다”며 “신고 내용이 과장됐거나,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스스로 출석 요구를 거부한 이상 징계 절차에 하자가 없고, 표적 징계라고 인정할 만한 근거도 없다고 했다. 또한 피해자들의 진술 내용이 자연스럽고 상세하며 목격자들의 진술과 일치해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설치를 지시한 재고품은 3년이 지난 제품으로 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전사업개발의 신뢰성에 심각한 위험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인카드를 사용이 금지된 자택 인근에서 사용해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징계 수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부서 직원 15명 중 6명에 대해 욕설과 폭언, 사적 용무를 지시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재고품을 자재로 사용한 행위 등도 한전산업개발의 업무수행에 대한 신뢰성을 현저히 해칠 수 있는 행위”라며 해고는 적정하다고 봤다.
아직 이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A씨 측이 1심 판결에 불복해 2심이 대전고등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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