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이제 10살인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 60명. 손엔 하나씩 직접 만든 팻말이 있다. 삐뚤빼뚤한 손글씨에 색색 칠한 문구들. 신나게 뛰놀기만 해도 모자를 10살의 아이들은 팻말엔 무엇을 적었을까?
‘기후위기 이젠 막아야 합니다’
‘6년 후엔 우리도 멸종위기종’
‘우리 아니면 막을 수 없다.’
최근 수원시청 앞에 모인 이 아이들은 수원 신영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4학년들이다. 이날 아이들은 죽은 듯이 누워있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펼치고, 지구가 물에 잠기고 있다는 의미에서 지구본에 물을 뿌렸다.
아이들이 이날 거리까지 나온 건 아이들이 바로 기후위기의 피해를 겪을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있을 수만 없다고 생각해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차원에서 나섰다고 한다.
신영초 4학년 담임 교사 이연민 씨는 “아이들이 여러 교과 내용들을 통해 20시간 이상 기후위기에 대해 공부했다”며 “여기서 끝나지 않고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아이들이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라고 캠페인 취지를 설명했다.
아이들은 직접 써 내려간 편지를 통해 “해수면 상승, 가뭄, 폭염, 폭우 등 여러가지 피해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는 사람들로 인해 생겨난다”며 “사람들은 지구가 멸망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마구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몇 나라와 도시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겨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 수원시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도 덧붙였다.
교실에서도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후위기 대응을 실천하고 있다. 아무리 더워도 매주 금요일에는 에어컨을 틀지 않거나 급식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는 식이다.
이같은 아이들의 진심 어린 호소는 통했다. 아이들의 편지는 이날 ‘어린이 환경 캠페인 요구서’로 김기정 수원특례시의회 의장에게 직접 전달됐다. 함께 한 시민단체와 교사들뿐 아니라 시민들도 아이들을 응원했다.
이연민 교사는“아이들이 본인들이 하는 행동에 대한 지지와 환대를 받아 뿌듯해 했다”며 “학교 안팎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과정이 배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