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종결로 합의했으나 다시 분쟁

1심 “피고 中企 대표, 합의서 위배”

한 중소기업 대표의 “삼성전자가 자신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인정받지 못했다. 오히려 60억원이라는 거액을 삼성전자에 손해배상하게 됐다. 분쟁이 발생한 지 10년 만에 나온 사법부의 판단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양지원 2민사부(부장 전서영)는 삼성전자가 중소기업 대표 A씨를 상대로 낸 위약벌 청구 소송에서 지난 2월 삼성 측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A씨가 삼성전자에 위약벌 58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삼성전자와 A씨의 갈등은 10년 전인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삼성전자가 휴대폰 커버에 적용한 기술이 본인이 보유한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분쟁이 발생하자 삼성전자는 A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0억원, 29억원을 합의금으로 지급했다.

합의의 목적은 ‘분쟁 종결’에 있었다. 양측은 ‘삼성전자가 A씨의 특허권을 침해했는지’ 자체를 더 이상 따지지 않기로 했다. 특허에 대한 통상실시권도 삼성전자 명의로 설정 및 등록했다. 대신 A씨는 향후 특허 침해에 대해 법적 절차를 밟거나 제보 또는 집회 등을 하지 않기로 했고, 만약 이 조건을 어기면 위약벌로 합의금의 3배를 삼성전자에 돌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분쟁은 2021년에 다시 벌어졌다. A씨가 해당 특허를 해외에 패밀리특허로 출원하면서였다. A씨는 “기존 합의서의 효력은 패밀리특허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다시 삼성전자의 특허권 침해를 주장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고,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삼성전자는 중소기업 기술 훔치기 시도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패밀리특허란 자국출원(원 출원)을 기초로 해서 해외 여러 나라에 출원하는 경우, 원 출원과 관련된 모든 특허 및 출원을 이른다.

삼성전자는 “합의서의 효력은 기존 특허뿐 아니라 패밀리특허에도 미친다”며 “합의 내용에 따라 A씨는 특허권 침해 주장을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A씨가 합의 조건을 어기고 분쟁조정 신청, 집회 등을 했으니 위약벌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법원은 삼성전자 측 손을 들어줬다. 법원도 “합의 당시 패밀리특허가 출원되지 않았던 사실은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패밀리특허도 A씨의 기존 특허 기술과 대동소이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A씨는 합의서에 따라 삼성전자에 특허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해당 합의는 특허와 관련된 분쟁을 국내 및 해외에서 모두 최종적으로 종결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합의서 내용에 대해 삼성전자에 “분쟁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이메일을 보낸 것도 근거라고 봤다.

이러한 판단은 ‘A씨가 합의 조건을 어겼으니 위약벌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A씨가 분쟁조정을 신청하고, 3차례에 걸쳐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현수막을 거는 등 합의 조건을 어긴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단, 위약벌로 합의금의 3배는 지나치게 무겁다며 58억원만 인정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대해 불복했다. 다음 달 29일, 수원고등법원에서 2심이 열릴 예정이다. 안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