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국내 투자자의 상반기 일본 주식 매수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매수 규모와 보관 금액 역시 증가한 가운데, 일본 경기 개선과 엔저 등에 따라 일본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주식 매수 건수는 2011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매수 건수는 4만4752건으로 지난해 상반기(2만6272건) 대비 70% 증가했다. 월별로도 지난달 매수 건수가 1만4494건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5월에 기록한 직전 최대치인 7757건을 한 달 만에 경신했다.
일본 주식 매수 규모도 급증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상반기 일본 주식을 순매수한 금액은 1억3200만달러(약 1741억원)로 작년 동기(1000만달러) 대비 1220% 증가했다. 2021년 상반기(3억4500만달러) 이후 약 2년 만의 최대 금액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보관 금액 역시 약 31억300만달러(약 4조928억원)로 지난해 말(26억1100만달러)보다 18% 증가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 주식이 인기를 끈 것에 대해 “1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일본 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을 할 것이란 기대에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일본 상사 기업에 대한 워런 버핏의 투자에 더해 엔저 현상 등이 국내 투자자들을 일본 증시로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워런 버핏은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종합상사를 비롯한 일본 주식에 대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추가 투자 가능성을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가 일본 종합상사 5곳의 지분을 평균 8.5% 이상으로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일본 증시의 상승 추세가 이어지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남중 연구원은 “4월 일본은행(BOJ) 통화정책 회의 때 일본의 경제 성장률을 낮췄다”며 일본 경제의 하방 위험이 잔존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증시 상승이 연속성을 가지고 지속되기 어렵다”며 “분기 BOJ가 시장에 제시하는 YCC(수익률곡선 통제) 정책 관련 가이드라인 등을 확인한 뒤 일본 증시에 대한 추세 대응을 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엔화 약세가 저점 근처까지 온 상태라 추가 환율 하락의 폭은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본 주가가 뚜렷하게 상승할 모멘텀이 높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상반기와 같은 매수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