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치열…2024년도 차량 벌써 출시
니로·팰리세이드·넥쏘 등 24년형 눈길
“마케팅 목적 모델명…손해볼 것 없어”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자동차 업계가 평년보다 이른 시점에 2024년형 신차를 내놓기 시작했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신차보다 더 신차’라는 의미를 부여한 마케팅 전략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음표가 남을 수밖에 없다. 고작 한해의 절반이 지났는데 벌써 내년 차가 나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달 초 팰리세이드, 넥쏘, 모하비의 2024년형 모델을 출시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지난 2월 기아 니로, 5월 기아 셀토스 출시에 이어 이른 시점에 2024년형 모델을 잇달아 선보인 것이다.
현대차가 ‘2020 팰리세이드’를 출시한 시점은 2020년 5월, ‘2021 넥쏘’를 출시한 시점은 2021년 1월이었다. 기아는 이보다 빠른 2021년 5월에 ‘더 2022 니로’를 출시했다. 기아는 5월보다 3개월 빠른 올해 2월에 ‘The 2024 니로’를 선보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현대차는 차량의 출시 연도, 기아는 출시 다음 연도를 붙여 모델명을 정해왔다”며 “이런 상황을 비춰봤을 때 올해 역시 내년도 신차 출시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입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볼보는 지난 5월 세계 시장에 C40 리차지와 XC40 리차지 전기차를 포함한 2024년형 전기차(EV) 모델 라인업을 선보였다. BMW 그룹 계열사인 미니(MINI)도 같은 달 2024년형 미니 일렉트릭을 공개하고, 국내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7월 이후 하반기에 신차를 출시했던 과거와 달리 5월부터 내년도 모델을 출시하기 시작한 셈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한 것도 이유 중 하나”라며 “반도체 수급 상황이 개선되면서 적체된 수요를 털어내기 위해 신차를 빠르게 내놓으면서 모델명의 교체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순서상 연도가 앞서 나가는 사례도 빈번하다. 매년 신차를 출시하는 모델이라면 더 그렇다. 지난해 출시한 자동차의 연도를 반복적으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신차에 숫자 1을 더하는 식이다.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 사이에서는 숫자로 신차를 구분하기도 한다.
한 자동차 딜러는 “내년이라는 숫자가 붙은 차가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정작 내년에 맞는 차를 사게 되면 구형이라는 인식이 퍼질 수도 있다”면서 “특히 차를 되팔 때는 1년이라도 출시 시점이 늦은 자동차를 선호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년도 차가 좋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제조사도, 딜러도, 소비자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자동차 명칭에 붙는 숫자가 앞서 나가는 이유다. 이를 두고 일부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신차에도 만 나이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한편 실제 자동차의 제조 시점을 설명하는 용어로는 ‘연식’이 있다. 연식은 실제 자동차가 제조된 연도를 의미한다. ‘2024년형 니로’를 올해 구입하는 고객의 경우에는 ‘2023년식(2024년형)’ 니로를 구입하는 셈이다. 시작부터 앞서 나간 탓에 중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로선 복잡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