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1~3위 그랜저·카니발·스포티지 順
과거 ‘인기’ 경형~중형 자동차 부진세 보여
차 크기도 ‘대형화’…“주차·도로 좁아 어쩌나”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미국발 고금리 여파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1~5월) 집계된 자동차 판매량에서 대형 자동차인 ‘그랜저’와 ‘카니발’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아반떼와 모닝 등 준중형과 경형 자동차가 높은 선호도를 보였던 과거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2일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등록된 대형차 숫자는 21만2598대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인 2012년(6만8460대)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올해에도 대형차는 1월부터 5월까지 9만118대가 등록됐다. 이변이 없는 한 연간 판매량 ‘20만대’ 달성 기록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인의 ‘대형차 사랑’은 모델별 판매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5월 판매량 집계에서 1위를 차지한 차종은 ‘준대형 세단’으로 분류되는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5만2780대)’였다. 전장과 전폭이 각각 5035㎜, 1880㎜로 일반적인 주차공간을 가득 채우는 차체가 특징이다.
그랜저 다음은 RV 차량인 기아 카니발(3만17000대)이었다. 카니발 역시 전장이 5155㎜, 전폭이 1995㎜다. 기아 스포티지(2만9868대)와 쏘렌토(2만9864대), KG모빌리티의 토레스(2만2923대)가 뒤를 이었다. 모두 한 덩치를 내세운 모델들이다. 1위부터 10위까지 집계에서 경차는 8위에 오른 레이(2만1329대)가 유일했다.
대형차 선호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2012년과 정반대의 현상이다. 당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는 현대차의 준중형 아반떼(10만9611대)였다. 2위는 현대차 쏘나타(9만4197대)가, 3위는 기아 모닝(9만3689대)이었다. 당시에는 1~3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있던 모델이었지만, 최근 집계에서는 순위권에 들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대형차의 인기가 계속되자 제조사들은 같은 체급의 모델이라도 크기를 더 키우는 추세다. 지난 2012년 국산 상위 10개 차종의 평균 전장은 4343㎜, 전폭은 1764.5㎜였다. 올해 1~5월 판매량 상위 10개 차종의 평균 전장은 4735㎜, 전폭은 1870㎜로 각각 392㎜, 105.5㎜ 늘었다.
수입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2012년 수입차 신차등록 상위 10개 모델의 평균 전장은 4682.5㎜, 전폭은 1822㎜였다. 그러나 올해 1∼5월 10위권 모델의 평균 전장은 4896.5㎜, 전폭은 1894㎜로 모두 증가했다.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BMW 5시리즈가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같은 차급으로 분류되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렉서스 ES, 아우디 A6도 집계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불경기가 계속될수록 유지비가 저렴한 소형차를 선호하고, 휘발유보다 LPG와 디젤차의 인기가 높아진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거리가 먼 결과다.
신차 크기의 대형화로 인프라 문제도 수면 위로 부각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는 “주차 공간이나 도로 폭이 좁은 국내 실정과 상반되는 선택을 소비자들이 하고 있다”며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 최근 현상에서 벗어나 공간 활용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