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찻값 인상에 중고차 시장 커질 듯

현대차·기아, 중고차 인력 채용·센터 마련

대기업 잇단 진출로 ‘레몬 마켓’ 개선 기대

현대차·기아, 하반기 중고차 진출…이제 믿고 살 수 있을까 [여車저車]
서울 한 중고차 거래소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신차 구매 시 최대 143만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던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내달부터 종료된다. 고금리와 찻값 인상으로 이미 고객 부담이 커져 있는 상황이라 중고차 시장으로 소비자들이 눈을 돌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국내 최대 완성차 제조사인 현대차·기아가 올 하반기 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있어, 중고차 시장 지각 변동도 예상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 하반기 중고차 시장 진출을 앞두고, 막바지 사업 점검에 한창이다. 기아는 현재인증중고차사업 운영지원 및 인증중고차 매입 차량 평가 직원 등을 채용 중이다.

모집 공고에 따르면 ‘완성차사가 보유한 기술력, 인프라를 활용한 신차 수준의 인증중고차를 제공해, 중고차 시장 선진화 및 소비자 권익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업 론칭을 준비하는 조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도 중고차 고객 상담 직원을 채용했다. 중고차 관련 전문 상담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현대차는 올해 초 경기 용인 오토허브 중고차 매매단지에 입주계약도 맺었다. 이곳에서 서울, 수도권의 중고차 상품화 및 유통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 양산에는 ‘인증중고차센터’를 구축하고, 중고차 통합정보포털도 마련한다. 기아도 인증중고차 전용 시설인 ‘리컨디셔닝센터’를 세운다. 수도권 1개소를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현대차·기아가 노리는 시장은 5년 10만㎞ 이내로 비교적 ‘신차급’ 차량이 대상이다. 중고차는 출고 대기가 없는 데다가 세금부담도 적은 만큼, 개소세 인하 혜택 종료와 맞물려 신차급 중고차에 고객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정부는 경기 침체 시기마다 자동차 판매 활성화를 위해 개소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말까지 개소세를 30%(기본 5%→3.5%)내렸다. 코로나19가 닥친 2020년 3월부터 6월까지는 70%(1.5%)를 인하하기도 했다. 같은 해 7월부터는 30% 내린 세율을 적용한 뒤, 6개월 단위로 연장했다. 그러나 이번 달을 끝으로 개소세 인하 혜택이 종료된다.

이미 지난해 중고차 시장은 약 380만대 규모로, 신차 시장(약 170만대)의 2배를 넘어섰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급성장한 것과는 달리 정보의 비대칭성이 커 저품질의 제품이 거래되는 대표적인 ‘레몬 마켓’으로 꼽혀왔다. 이에 소비자들은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통해 시장 전반의 품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외에도 완성차 업체 KG 모빌리티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난 5월 중고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가 KG 모빌리티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사업조정을 신청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사업개시에 대한 일시정지 권고를 내리면서, 연내 시장 진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현대차 역시 기존 중고차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2020년 시장 진출 계획을 알리고도, 올해 들어서야 사업을 본격화하게 됐다.

중고차판매업은 본래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의 시장 참여가 제한됐으나, 2019년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기한이 지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당시 중고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등이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새로 신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에서 거절하면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사실상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