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하림·오뚜기 ‘메밀비빔면’ 신제품, 직접 조리해 먹어보니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일반 비빔면으로 아쉬웠다면 이건 어떠실까요. 사실 한국에선 40년 가까이 1위를 지키고 있는 팔도의 아성을 넘기란 쉽지 않죠. 대신 라면업체들은 고명이나 면의 차별화로 여름을 겨냥, 일종의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여름을 맞아 신제품으로 나온 이색 별미인 ‘메밀비빔면’입니다.
풀무원 vs 하림 vs 오뚜기…‘메밀비빔면’ 맛은?
10일 기자는 올해 4월 출시된 풀무원 ‘메밀비빔면’, 이달 초순 출시된 하림 더미식 ‘메밀비빔면’, 이달 중순부터 펀딩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소비자를 만나는 오뚜기 제주담음의 ‘제주메밀비빔면’을 각각 먹어봤습니다.
우선 모두 면의 색깔은 메밀이 들어가 어두운 검회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검회색 빛의 면은 그동안 만났던 일반 면에 비해 식감이 거칠었습니다. 오뚜기·하림은 건면이고 오뚜기는 유탕면이라는 차이가 있긴 합니다. 이 중 면이 가장 얇은 것은 하림 제품이었어요. 오뚜기는 일반 라면 굵기와 가장 유사했습니다.
메밀 함량, 하림〉오뚜기〉풀무원 순
하림 더미식의 메밀 건면은 제트노즐공법으로 썼다고 합니다. 사실 건면은 유탕면에 비해 발포성(국물이나 소스가 면에 배는 정도)이 낮아 국물 흡수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제트노즐공법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면을 단시간에 평균 130도의 강한 열풍으로 균일하게 건조한 뒤 저온으로 서서히 말리는 하림의 면 제작 비결이라고 하네요. 풀무원의 건면은 바람에 천천히 말려 미세한 기공을 지닌 탓에 소스가 잘 베고 굴곡이 적다고 합니다. 실제로 면을 먹어보니 꼬들꼬들함보다는 부드러움이 느껴졌습니다.
메밀의 함량 또한 조금씩 다르죠. 메밀 함량이 가장 높은 것은 5.5%의 하림이었습니다. 하림의 면 색깔이 제일 어둡긴 했습니다. 그 뒤로는 오뚜기(5%)·풀무원(3%)의 순이었는데요. 대신 오뚜기는 제주산 메밀(생메밀가루)·감귤 과즙을 사용한다는 특색이 있습니다. 풀무원과 하림은 중국산 메밀을 씁니다. 세 제품 모두 메밀이 들어간 만큼 물에서 건질 때 코끝에서 메밀향이 느껴졌습니다.
용량과 칼로리는 풀무원(117.3g, 375㎉)의 메밀비빔면이 가장 적었습니다. 대신 양을 챙겨야 한다면 오뚜기일 것 같습니다. 비빔면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인 ‘팔도비빔면’과 동일한 중량(130g)이었습니다. 가격은 오뚜기〉하림〉풀무원 순으로 비쌌습니다. 가격의 경우 풀무원·하림 제품은 온라인 플랫폼 SSG닷컴을, 오뚜기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기준으로 각각 비교했습니다. 참고로 오뚜기의 제주메밀비빔면은 일반 마트에서는 구입할 수 없습니다.
풀무원 볶은메밀·오뚜기 감귤스프 ‘특징’…하림 “소스 집중”
하림의 소스는 자두·매실·배·사과·마늘·양파·생강·무·파, 10가지 과일과 채소가 들어간데다 동치미 국물을 더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풀무원의 양념장에는 배 퓨레, 고추장, 올리고당, 양조식초 등이 들어가 있고, 오뚜기의 양념장에는 농축감귤과즙, 양조간장, 핫레드페퍼소스, 타마린드양념소스, 마늘 등이 포함돼 있답니다. 기자의 입에는 신맛은 오뚜기가, 단맛은 풀무원 제품이 상대적으로 강했습니다.
고명도 빠질 수 없죠. 하림은 고명이 없습니다. 풀무원의 메밀비빔면은 볶은 메밀이 김 고명과 들어가 씹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요. 오뚜기의 제주메밀비빔면에도 고소함을 위해 참깨고명스프가 들어 있었습니다. 사실 메밀면은 가을이 수확기라 겨울에 맛있다고들 하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입맛의 제철’은 여름이라고 합니다. 메밀은 서늘한 곳에서 자라 몸의 열을 낮춰 주는 특성이 있어서죠. 라면회사들이 여름의 메밀비빔면 카드를 꺼낸 이유입니다.
하림·오뚜기, ‘여름 한정판’…서두르셔야 합니다
단 기자가 비교해 본 메밀비빔면들은 이번 여름이 지나면 먹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림의 메밀비빔면은 8월까지 판매하는 여름 한정판이고, 오뚜기의 제주비빔메밀면은 와디즈를 통해 12일까지만 판매를 접수받기 때문이죠. 상대적으로 구하기 어려운 제주메밀비빔면의 경우 제주도에 가시면 보다 쉽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온라인에서는 썸제주·도두몰, 오프라인에서는 동문시장·올레시장에서 각각 판매한다고 합니다.
추가로 메밀비빔면과 어울리는 음식도 추천드립니다. “고기와 함께 먹으면 더 기막히다”는 한 식품업체 직원의 말에 아이디어를 얻어 편의점 훈제삼겹살, 냉장고 속 계란·오이·청양고추, 감자전까지 곁들여 봤습니다. 아삭한 식감, 메밀향, 비빔면 특유의 새콤함이 어우러진 맛은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참기름·들기름이나 무 절임도 어울려 보입니다.
이날 메밀비빔면을 함께 맛 본 기자의 지인은 “혼자 사는 사람이 족발과 막국수가 땡길 때 1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 같다”고 평했습니다.
메밀비빔면 3종 중 제 마음에 든 ‘친구’는 확실히 있었습니다. 누구인지 여기서는 밝히기가 어렵네요. 대신 궁금해집니다. 여러분의 입맛을 사로 잡을 친구는 누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