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같던 문화 떨쳐야” 삼성 조직은 정말 달라지고 있을까 [비즈360]
경계현(왼쪽)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과 한진만 삼성전자 미주총괄 부사장. [SNS 캡처]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다양성은 창의성의 주요 원천이며, 다양성을 통해 우리는 최고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은 최근 삼성전자 미국법인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하며 이 같이 강조했다. 경 사장이 반도체 사업을 하는 미국 법인 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 자리에서 포용력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삼성의 성장과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진만 삼성전자 미주총괄 부사장은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할 것”이라며 SNS를 통해 경 사장의 방문에 화답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에서 ‘다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영 철학으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가 도전하는 시스템 반도체 강자로 체질 변화를 위해서는 현재 삼성과 다른 조직문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경영진의 결단이 깔려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주도하는 유연한 기업 문화와도 맥을 같이 한다는 평가다.

실제 업계에서도 삼성 반도체의 조직문화 변화가 메모리 사업을 넘어 초일류 시스템반도체 설계·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기업으로 진화하려는 고민과 맞닿아 있다고 평가한다. 자유로운 소통이 강화된 유연한 조직문화가 결국 현 시대의 반도체 설계 등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필수불가결하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1위인 TSMC를 비롯해, 미디어텍 등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칩 위탁생산)를 보유하고 있는 대만은 잠재적인 한국의 반도체 경쟁국이다. 삼성이 메모리 초일류 기업으로서 입지를 확보하긴 했으나, 내부적으로는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창의력을 발휘하기에 어렵다는 비판이 지속 제기된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끌어올려 설계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열린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만의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약 56%를 점유하며, 압도적인 경쟁력을 선보이고 있다. 미디어텍 역시 퀄컴·브로드컴 등 미국 기업의 아성을 위협하며 글로벌 5위의 팹리스 기업으로서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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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의 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경 사장은 2020년 3월 삼성전기 사장을 시작할 당시부터 ‘소통왕’으로 내부 임직원들의 신임을 받았다. 2021년 말 삼성전기에서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로 ‘깜짝 발탁’된 이후 조직문화 변화에 애를 쓰고 있다는 평가다. 목요일마다 진행하는 사내 소통방송 ‘위톡’을 통해 임직원들과 대화를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대표이사로서 직접 카이스트와 연세대를 찾으며 삼성 반도체의 우수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같은 삼성 반도체의 변화는 이 회장의 뜻과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유럽 출장 후 공항에서 “시장에 여러 가지 혼돈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 오고 조직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이 회장은 리차드 스미스 핑커턴 재단 CEO를 초청해 삼성 부사장을 대상으로 조직문화와 리더십에 대한 강연을 요청했다. 스미스 CEO는 이 자리에서 삼성 차세대 리더들을 대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문화’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특히 그는 “현 시대의 리더는 하나의 (기업)문화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직한 토론 ▷다양한 의견 중시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적응력 등이 이런 문화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삼성 임원들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수만명의 임직원을 보유한 삼성 반도체의 조직 문화 변화가 당장 나타나진 않겠지만,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소통 방식을 변화시키고, 종국적으로는 조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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