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애플이 첫 혼합현실(MR) 기기를 정식 공개한 가운데, 디스플레이 업계의 수혜가 예상된다. 본격적으로 관련 시장이 확대되면, 스마트폰·TV 외 새로운 디스플레이 먹거리가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 부품인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5일(현지시간) 애플은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열고 첫 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발표했다. 가격은 3499달러(한화 457만원)로, 내년 초 미국을 시작으로 전세계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기존 메타(옛 페이스북)이 확장현실(XR) 시장을 거의 독점하던 상황에서 애플의 참전으로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XR 기기 출하량은 2021년 1100만대에서 2025년 1억500만대까지 약 10배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AR·VR 헤드셋 출하량은 연평균 32.6%의 성장률(CAGR)을 보일 전망이다.
XR 기기 시장 성장 전망에 디스플레이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애플 비전프로에는 총 3개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외관에 설치된 디스플레이 1개와, 사용자가 보게되는 기기 안 쪽의 내부 디스플레이 2개다. 외부 1개는 LG디스플레이가, 내부 2개는 소니가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XR 기기의 핵심 부품은 내부 디스플레이다. 비전프로 내부 디스플레이는 1.41인치 크기의 4K 마이크로 OLED로 만들어졌다. 양 쪽 합쳐 2300만 개의 픽셀로 구성돼 있으며, 원가는 장당 350달러(약 45만5900원)으로 추정된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 비전프로에 대해 “전체 제조원가는 1519달러 수준으로 파악되며 그중 내·외부 디스플레이가 48.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가인 마이크로 OLED로 인해 원가가 크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OLED는 이용자가 바로 눈 앞에서 디스플레이를 봐야 하는 XR 기기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초고해상도가 중요한데, 마이크로 OLED는 자발광 특성을 갖춰 명암비 등 화질이 우수하고 주사율이 높다. 일반 OLED 처럼 유리 기판이 아닌, 실리콘 기판 위에서 제조된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공정을 융합한 방식으로, 작고 정교한 구동회로를 기반으로 섬세한 화면 표현이 가능하다.
향후 마이크로 OLED 탑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초 ‘CES 2023’에서는 0.42인치 AR·VR 전용 마이크로 OLED 시제품을 공개했다. 현재 LX세미콘, SK하이닉스과 손잡고 공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제작한 실리콘 웨이퍼에 LX세미콘과 LG디스플레이가 함께 설계한 OLED를 올리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향후에 LG디스플레이가 애플 비전프로의 마이크로 OLED의 공급을 맡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달 미국의 마이크로 OLED 제작 업체 ‘이매진’을 2억1800만 달러(약 2900억원)에 인수했다. 다이렉트 패터닝(dPd)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군사, 소비자, 의료 및 산업 시장에 VR·AR 디스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을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