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서 성남까지 “목사님 보러” 찾아온 조현병 의심환자
경찰 응급입원 추진…관내 병원 10여곳·지자체 인계 ‘거절’
복지부 ‘권역정신응급센터’ 추진하지만 반응은 미적지근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 지난 25일 오후 7시께, 경기 성남시의 한 시내 버스정류장에서 50대 여성 A씨가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본래 경남 거제시에 거주하는 A씨는 “목사님을 만나고 싶다”며 무작정 성남까지 향했다고 한다.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의 조현병 치료 전력을 확인한 뒤 자해 등 돌발행동 등의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 관내 정신병원 응급입원을 추진했다.
그러나 경찰 등에 따르면 관내 10여 곳의 정신병원과 수정구청은 인계를 거부했다. 용인시 한 병원은 당시 거동이 어려운 상태였던 여성의 거동을 도울 인력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수정구청은 야간 당직 인력이 1명뿐이라 인계가 어렵다고 했다. 결국 이 여성은 지구대에 머물다 최초 신고로부터 18시간이 지난 이튿날 오전 11시, 거제시에 거주하는 보호자에 인계됐다.
정신병원에서 정신질환자 응급입원을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이가 자해하거나 타인을 해칠 위험을 보이는 경우 의사와 경찰관은 정신보건법에 따라 최장 72시간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의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신청이 반려된 건수는 2019년 214건으로 그 비율이 2.8%였다가, 지난해엔 1만133건 중 9.8%(1002건)으로 3.5배 뛰었다. 4년간 이 비율은 ▷2020년 5409건 중 6.0% ▷2021년 7427건 중 7.9%건으로 매년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응급입원에 필요한 병상을 코로나19 선별진료에 활용했던 탓에 반려가 늘었던 것이, 확산세가 줄어든 지난해까지 이어진 것.
병상이나 인력 부족 문제가 아니더라도, 병원 자체 판단에 따라 입원을 거부하는 일도 있다. 지난달 17일엔 핸드폰을 하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빵칼을 가지고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 11세 B양을 어머니가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한 시점에 B양은 손톱을 물어뜯어 피를 흘리는 상태였다. 경찰은 B양이 앞서 응급입원을 한 적이 있던 인천의 한 병원에 연락했지만 반려됐다. B양이 입원했을 당시 어머니가 지속적으로 퇴원을 요구해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는 이유다.
현장에선 정신병원의 응급입원 거부에 따른 부담은 오롯이 경찰의 몫이라는 호소가 나온다. 경찰서 한 간부는 “가장 큰 문제는 정신질환자를 일선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보호하며 발생하는 치안공백”이라며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문적인 의료지식이 없는 경찰에서 보호를 하는 것도 환자나 경찰 모두에게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생활질서를 담당하는 한 경찰은 “서울에서 입원할 병원을 찾지 못해 수도권까지 넘어가는 일도 적지 않고, 기본적으로 치안에 신경을 써야 할 시간에 경찰에서 일일이 병원마다 전화를 돌리는 것 역시 비효율적”이라고 털어놨다.
보건복지부에선 일선 병·의원 대신 24시간 응급 정신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별도의 권역정신응급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14개소 선정을 목표로 지난해 말까지 8개 수행기관을 선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일선 병원에겐 센터 지정 자체가 부담이라 목표달성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정신응급센터 선정 역시 복지부가 4차례에 걸쳐 공모를 낸 끝에야 선정됐다.
이화영 순천향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정신응급센터로 지정이 되려면 별도의 병실 2개를 확보해야 하는데, 지금도 병원마다 응급실이 붐비는 상황에서 여력이 되겠느냐”며 “현재 예산 수준으론 24시간 대기시킬 정신과 전문의를 현실적으로 구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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