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의료법 개정으로 전체 의견 수렴”
정부 이송된 간호법…19일까지 결론 내야
당정 “尹에게 ‘간호법 거부권’ 건의하기로”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6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고, 의료법 개정을 통한 보건의료계 의견 수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간호법은 지난 양곡관리법에 이은 ‘거부권 행사 2호 법안’이 된다.
1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6일 주재할 국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를 국회에 요청한다. 아울러 당정은 간호법이 아닌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계의 전체적인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제일 중요한 건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되는 것, 그다음에 의료계에 혼란이 오는 것”이라며 “그래서 의료법을 개정하려고 지금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법 제정안과 함께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 내용 중 의사들이 불만을 갖는 부분이나, 돌봄 관련 부분 등 전체적인 의료계 의견을 의료법 개정을 통해 수렴을 추진할 것이란 설명이다. 전날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었던 정부와 여당도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건의하지 않았다.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 마감 시한은 이달 19일까지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안의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로 해당 법안에 대한 재의 요구를 할 수 있다. 때문에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정부로 이송된 간호법에 대한 재의 요구 결정을 19일까지 내려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달 17일엔 한국을 공식 방문하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이 잡혀 있고, 19일부터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으로 재의 요구 결정을 마감 기한까지 미루기도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과 정부 또한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 대통령에게 공식 건의하기로 한 상황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전날 오후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국회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전날 “당정은 간호법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다”며 “지난달 야당이 일방적으로 의결한 간호법안에 대해 대통령께 재의 요구를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간호법에 대한 ‘갈라치기 법안’이란 지적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주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후 12명의 의료진과 만나 “코로나 최전선에서 헌신해 주신 보건의료인 협업 덕분에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협업’을 강조했다. 당정 역시 전날 “간호법안은 보건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을 저해하여 국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심대하다”고 지적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도 전날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법안의 내용을 떠나서 절차에 있어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충분히 수렴되지 못하고 힘에 의해 어느 일방의 이익만 반영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김 실장이 직접 공개된 자리에서 한 간호법에 대한 발언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