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정은·홍승희 기자] 오는 5월 말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을 앞두고 중소 핀테크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수료 부담은 고사하고, 금융기관들이 거래 인프라가 깔린 대형 빅테크·핀테크 위주로 업무제휴를 하면서 중소 핀테크들은 진입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대환대출 사전점검 간담회에서 일부 대형 빅테크·핀테크가 대환대출 서비스를 시연하도록 할 예정이다. 시연 참여사업자는 카카오페이, 토스, 네이버파이낸셜, 핀다 등 4개사다. 이들이 시연 대상자로 나선건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이 막바지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들 4개사는 축포를 터뜨릴 준비가 됐지만, 대부분의 플랫폼사는 울상이다. 5월 말까지 플랫폼을 오픈할지조차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금융결제원이 은행 간 대출 정보를 연동하는 망을 만들면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방식으로 핀테크 플랫폼을 연결하는데, 이 과정에서 핀테크 업체들은 각 금융기관과 개별 계약을 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금융사와 제휴를 맺는지가 중요한데, 기존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높고, 이미 제휴가 되어 있는 대형 플랫폼 위주로 1~2곳만 계약하려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중소 플랫폼사들은 서비스 개발이 다 됐더라도 제휴할 금융기관이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점유율이 낮거나, 인지도가 떨어지는 곳들은 금융기관들을 만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라는 얘기다.
현재 핀테크 시장은 카카오페이, 토스,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3가 독식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금융데이터산업 영업실적을 보면 상위 3사 핀테크·IT업권(카카오페이·토스·네이버파이낸셜)의 가입자 수 비중이 84.2%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중소 플랫폼 업체 입장에서는 조회수수료 부담은 고사하고 서비스 자체를 오픈하기가 부담스러운 처지다. 현재 대환대출 망을 제공하는 금융결제원은 핀테크 참여사 13곳에 대출 조회 수수료를 건당 15원으로 제안한 바 있다. 핀테크 기업들은 참여 기업 규모, 발생 건수 등에 따라 구간을 나눠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등을 제안했으나 이 또한 논의가 불발됐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작은 곳들도 서비스는 개발 완료단계인데, 위수탁 기관이 없는 상황이니 알맹이 없는 채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없지 않으냐”며 “다양한 비교를 통해 대출 부담을 낮추자는 게 취지인데, 금융기관들이 대형사와 제휴하면서 오히려 금융소비자들 또한 비교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한국핀테크산업협회도 중소 핀테크 업체들과 금융기관 간 만남 자리를 주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막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중소형 플랫폼과 각각 1곳 이상 계약을 하거나, 중소 업체 먼저 서비스 오픈을 허용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또한 업무 제휴 등은 각 사의 자율성에 기반해야 하는 만큼 중소 핀테크 업체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영업 전략상 플랫폼을 취사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걸 당국이 강요할 수는 없다”며 “중소 플랫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는 하겠지만 각 플랫폼사가 자체 경쟁력을 키우면서 후발주자로서 시장에서 자기 역할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