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법원이 사업가로부터 10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정근(61)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 이 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증거 인멸을 시도한데다, 오히려 금품을 준 사람을 비난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12일 이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이 씨에게서 9억8000여만원을 추징하고, 이미 압수한 명품 다섯 점을 몰수하라고 명령했다. 몰수 대상인 명품은 이 씨가 금품공여자로부터 받은 800만원 상당의 루이뷔통 가방 등이다. 해당 가방은 이 씨가 "아주 큰 걸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법원이 내린 처벌은 검찰의 구형보다 훨씬 더 무겁다. 검찰은 이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각종 명품 몰수, 9억8000여만원 추징을 명령해달라고 구형한 바 있다.
통상 법원의 형량이 검찰 구형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형보다 1.5배나 많은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법원이 이 씨에게 이같은 중형을 선고한 것은 이 씨의 죄질이 나쁜데다, 범행 이후에 보인 태도도 반성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씨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정부 에너지 기금 배정, 마스크 사업 관련 인허가와 공공기관 납품, 한국남부발전 임직원 승인 등을 알선해준다는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 씨에게서 수십차례에 걸쳐 9억4000여만원의 뒷돈과 명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제21대 총선이 있던 2020년 2∼4월에는 박 씨에게서 선거 비용 명목으로 수차례에 걸쳐 3억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이 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이 집권 여당이자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서울 서초갑 지역위원회 위원장, 사무부총장 등 고위 당직자의 지위를 이용해 10억원에 이르는 금품을 수수했고, 일부는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요구했다"며 "피고인은 수차례 국회의원 등 공직선거에 입후보해 공직자가 되려 한 정당인으로서 공무원에 준하는 고도의 염결성(廉潔性)이 요구되는 점까지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공판에서 객관적 증거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며 범행을 부인했고 금품 공여자를 비난하며 진지한 성찰을 보이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일부 혐의를 자백했고 금품 일부를 공여자에게 돌려줬으며 이 사건 전까지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 씨의 변호인인 정철승 법무법인 더펌 변호사는 "항소심에 가서 처음부터 다시 재판해야 할 것 같고, 이런 조언을 이정근 전 위원장에게도 드렸다"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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