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세부지침에 국내업계 기대감

日업체와 직접 경쟁은 부담 요소

포스코퓨처엠이 건설하고 있는 포항 양극재 공장 조감도 [포스코퓨처엠 제공]
포스코퓨처엠이 건설하고 있는 포항 양극재 공장 조감도 [포스코퓨처엠 제공]

미국 재무부가 최근 한국산 양극재·음극재로 제조한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을 공개하면서 국내 이차전지 소재업계를 중심으로 수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재업체들은 이번 발표를 기점으로 미국 투자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 다각화를 고심 중이다. 이를 통해 현재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을 따라잡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이번 발표 내용과 관련 “후속 상황 등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하는 단계”라면서도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롯데케미칼이 속해 있는 롯데그룹 화학군은 이차전지 4대 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등에 대한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연 6만t의 동박 생산능력을 갖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에 대한 인수를 지난달 완료했다. 동박은 배터리 음극재에 쓰이는 핵심 소재 중 하나로, 공정이 까다로워 신규 진입이 어려운 산업으로 꼽힌다.

SKC의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이번 IRA 지침을 통해 중국 경쟁사와의 거리를 더 벌릴 것으로 관측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동박 시장에서 SK넥실리스는 점유율 22%로, 중국의 왓슨(19%)을 제치고 1위를 기록 중이다.

양극재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배터리 원가의 40~50% 가량을 차지하는 양극재는 2차전지에서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LG화학·포스코퓨처엠(구 포스코케미칼)·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 등이 선두주자로 꼽힌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럽의) 핵심광물원자재법(CRMA)에 대응해 유럽에 양극재 공장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CRMA는 2030년까지 제3국에서 나온 전략적 원자재의 의존도를 65%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유럽 양극재 공장 투자가 확정되면 LG화학은 한국·미국·중국을 포함한 4각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분리막 업계도 이번 지침 발표를 기점으로 글로벌 1위인 중국기업을 넘어서겠다는 전략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022년 기준 글로벌 습식분리막 시장에서 중국 기업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북미 투자와 증설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양극재·음극재 업체들은 IRA를 의식해 부담스러운 현지 투자를 무리하게 진행할 필요가 없게 됐다”면서 “향후 투자에 대한 옵션을 훨씬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 소재업체들과의 맞대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재무부가 IRA 지침에서 일본을 핵심광물 원산지 조달국에 포함시키면서, 한중일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과 FTA 체결국이라는 한국의 강점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양극재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파나소닉을 비롯해 소재 분야에서 저력을 가진 기업들이 많다”면서 “중국 업체들도 우회적으로 규제를 피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영향력 강화를 노리고 있어, 과거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대근·김은희 기자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