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원더월 디 에코 송캠프’

아마추어·프로 작곡가 98명 참가

작곡가 김도훈·맥스송 ‘마스터클래스’ 등

K팝 작업 과정 A~Z까지 속성 과외

원더월 디 에코 송 캠프의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한 마마무 소속사 대표인 김도훈 작곡가. 그는 “K팝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은 키워드 찾기”라며 “대중의 취향을 분석하기 위해 이 시대의 사람들이 가장 많은 누리는 공간, 즉 포털 SNS, 유튜브 등에 떠오르는 인기 검색어나 유행어를 분석하며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른쪽 사진은 원더월 디 에코 송캠프 참가자들이 팀을 이뤄 곡을 쓰고, 멘토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있는 모습 [원더월 제공]
원더월 디 에코 송 캠프의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한 마마무 소속사 대표인 김도훈 작곡가. 그는 “K팝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은 키워드 찾기”라며 “대중의 취향을 분석하기 위해 이 시대의 사람들이 가장 많은 누리는 공간, 즉 포털 SNS, 유튜브 등에 떠오르는 인기 검색어나 유행어를 분석하며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른쪽 사진은 원더월 디 에코 송캠프 참가자들이 팀을 이뤄 곡을 쓰고, 멘토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있는 모습 [원더월 제공]

“2013년 경에 유럽에서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를 비롯해 빅뱅, 소녀시대와 같은 K팝이 굉장히 인기를 끌었어요. 그 때 K팝을 처음 듣고, K팝 작곡가를 꿈꾸게 됐어요.”

포르투갈에서 온 작곡가 누누(27) 씨는 한국에 정착,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하나의 콘셉트를 가지고 노래, 퍼포먼스, 뮤직비디오의 스토리텔링이 이어지는 K팝은 어느 요소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장르로, 굉장한 에너지를 발산한다”고 말한다. 빅뱅, 소녀시대 등 2010년 이후 데뷔한 2세대 그룹 시절부터 K팝을 들어온 그는 하루하루 작곡가로의 꿈에 다가서고 있다.

평균 연령 약 28세, ‘제2의 방시혁’을 꿈꾸는 미래의 K팝 작곡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경기도 양평에서 국내 최대 규모로 열린 ‘원더월 디 에코 송캠프’를 통해서다.

▶최고령 49세, 최연소 20세...미래의 방시혁 모였다=최연소 20세부터 최연장자인 49세까지.... 그간의 송캠프는 국내 굴지의 가요기획사들이 프로 작곡가를 대상으로 소규모 형태로 진행해왔다. 때문에 이번 송캠프처럼 프로와 아마추어를 아우르는 약 100명의 작곡가들이 참여한 경우는 흔치 않다. 원더월 디 에코 송 캠프에선 세대를 아우르는 작곡가들이 만났다.

송캠프에선 트랙메이킹(반주부터 편곡까지 음악의 뼈대를 만드는 일), 탑라이닝(멜로디를 만드는 것), 믹싱, A&R(아티스트 앤 레퍼토리, 음반 기획 총괄)에 이르기까지 업계 최고의 음악가들이 자신들의 ‘실전 노하우’를 전하는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4~5명씩 팀을 이뤄 현장에 함께 한 멘토들의 조언을 들으며 하나의 곡을 완성했다. 원더월 관계자는 “송캠프의 최종 목표는 2박 3일 동안 만든 곡을 퍼블리싱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티(ETTI)라는 이름으로도 활동 중인 작곡가 황우태(23) 씨는 “기존의 송캠프가 기획사에서 프로 작곡가들과 협업하기 위해 진행해왔기에 아마추어들은 참여 자체가 어려웠다”며 “송캠프에 참여해 다른 사람들과 곡 작업을 진행하며 네트워크를 쌓고, 퍼블리싱의 계약 기회도 생긴다는 장점이 있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캠프에는 K팝 작곡가로의 미래를 꿈꾸며 지원한 참가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장르를 선호하는 작곡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발라드, 보사노바, 알앤비, 힙합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주력 분야가 달랐다. 래퍼를 꿈꾸며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음악을 해온 성원준(20) 씨는 “지금의 K팝은 장르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여러 장르가 혼합돼있다”며 “특정 장르보다 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경험을 통해 한국 음악신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타강사들의 노하우 전수...K팝 시작은 ‘콘셉트 잡기’=98명의 참가자들은 2박 3일의 송캠프 동안 K팝의 A부터 Z까지의 모든 것을 ‘속전속결’로 익혔다. ‘K팝 작곡’의 기본 방향성과 K팝 ‘작업 시스템’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었다.

송캠프의 마스터클래스는 ‘일타강사의 비법 전수’와도 같았다. K팝 탄생은 ‘키워드 찾기’와 ‘콘셉트 잡기’에서 시작된다.

마마무의 소속사인 RBW 대표이자 거미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다비치 ‘8282’, 방탄소년단 ‘피 땀 눈물’ 등 숱한 히트곡을 낸 김도훈 작곡가는 “K팝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은 키워드 찾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대중의 취향을 분석하기 위해 이 시대의 사람들이 가장 많은 누리는 공간, 즉 포털 SNS 유튜브 등에 떠오르는 인기 검색어나 유행어를 분석하며 연구해야 한다”며 “휴대폰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거나 녹음하는 습관을 들이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곡의 주제를 잡기 위한 준비운동에 해당하는 셈이다. 큰 흐름을 읽은 뒤에야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팔리는 곡을 만들기 위한 첫 단추는 “콘셉트 잡기”다. 하이브와 CJ E&M 등 대형기획사 A&R 출신의 김은정은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곡 콘셉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나의 키워드’를 정해 콘셉트의 방향성을 정하는 것, ‘타깃 그룹’을 정하고 음악을 만드는 것이 ‘잘 팔리는 곡’, ‘선택받는 곡’에 가까워지는 지름길이다. 김도훈 작곡가 역시 “좋은 노래를 판단하는 데에는 불과 5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어느 기획사에 소속된 어떤 가수, 이 가수의 성공 포인트를 연구하는 것이 더 많이 선택받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실전 테크닉은 업계 마스터들에게서 나왔다. 현재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브라더수는 ‘후킹한 멜로디 라인을 만드는 법’을 들려줬다. 레드벨벳, 태민, 메이브의 곡을 만든 맥스송은 실제 작업기를 공개하며 “작곡가의 색깔을 분명히 담아 트랙의 전체 이미지를 만들 것”을 강조했다.

▶ K팝 생태계 익힌 ‘협업 과정’...동료 만든 교류의 장=K팝은 한 사람의 힘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하나의 노래엔 작곡자의 이름만 해도 대여섯 명이 올라있다. 나날이 분업화되는 K팝 작업 시스템을 익히기에도 송캠프는 안성맞춤이었다. 혼자 음악을 해온 작곡가들에게 ‘협업’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송캠프에서도 98명의 참가자는 각각의 팀을 이뤄 신곡 작업을 진행했다. 짧은 시간의 곡 작업인 만큼 쉽지는 않았다. 곡을 만드는 과정에선 멘토들의 조언과 업계 최고들이 참여한 마스터클래스가 큰 도움이 됐다. 성원준 씨는 “멘토들이 자신의 곡을 만들듯이 조언해줬다. 일대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음악의 방향성을 잡고 좋은 결과물을 내게 해줬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의 송캠프는 각기 다른 분야에 강점을 가진 동료를 만나는 교류의 장이었다. 황우태 씨는 “각자의 스타일에 두각을 보인 동료를 만나 서로 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현호(22) 씨는 “아마추어 중에서 실력이 좋은데 곡을 파는 방법을 몰라 데뷔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며 “송캠프를 통해 실력있는 다양한 작곡가와 교류하고 협업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송캠프에서 조별로 만든 곡은 ‘리스닝 파티’를 통해 다함께 들어본 뒤 멘토들의 평가를 받는 자리를 마련했다. 총 20팀의 곡 가운데 판매로 이어진 곡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원더월 관계자는 “판매 가능성이 높은 곡이 다수 있었다. 멘토들 역시 완성된 데모곡 수준으로 기획사에 제출할 만한 곡들이 많았다는 피드백을 줬다”며 “일주일 간의 수정 기간을 거쳐 완성도를 높인 뒤 퍼블리싱으로 연결할 예정이다”라고 귀띔했다.

양평=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