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탕 서울 삼청, 호아킨 보스 개인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활동하는 작가 호아킨 보스(36)는 두어 달 전 서울에 도착했다. 생전 처음 온 낮선 동네…갤러리 직원이 작가를 끌고 간 곳은 광장시장이었다. 시끌벅적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시장의 풍경은 장시간 비행 뒤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피로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그는 “복작거리는 에너지, 운동감 같은 것들이 인상 깊었다”며 “한국 사람들이 가진 동적 에너지 같은 것, 춤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작품에) 반영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서울에서 한국인의 역동성을 레퍼런스로 잡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호아킨 보스는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튜디오에서 미리 그려놓은 작업을 전시장에 보내기도 하지만, 개인전이 열리는 것이 확정되면 그 도시에서 두어달 머무르며 작업하기도 한다. 지난 개인전이 열렸던 LA에서도 석달을 머물며 작업했고 이번 서울에서도 그렇다.
서울 전시가 확정되자 작가는 오래전에 그린 작업들 몇 개를 들고 비행기에 탔다. 그리고 그 그림의 색상을 레퍼런스로 서울에서 새로운 작업을 완성했다. 덕분에 페로탕 서울 삼청점은 작가가 작업했던 두어달 기간 동안 스튜디오로 변했다. 이젤 대신 캔버스를 벽에 세워놓고, 물감을 놓는 팔레트는 박스 종이로 대신했다. 바탕색을 넓게 칠하고 나면 색 덩어리들을 손으로, 나이프로, 뿌리고, 긁고, 밀어내면서 다양한 질감과 제스처를 만든다. 작가의 물리적 존재에 대한 기록이다. 전시장에 걸린 10여 점의 대형 회화는 모두 밀도 높은 색면들로 가득찼다. 작가가 영감을 얻은 서울은 그만큼 에너지가 넘치고 꽉 찬 곳이었다.
호아킨은 색 덩어리들을 켜켜이 쌓으며 캔버스 안의 공간을 구성해나간다. 멀리서 바라보면 다양한 색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만 가까이서 보면 색 하나하나가 각각의 세상을 펼친다. 그는 “(작품을) 떨어져 볼 때와 가까이 볼 때가 다르다”며 “전체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균형이 맞도록 어떤 제스쳐를 도입하고, 어떤 리듬을 끌어갈까를 고민하면서 만들어진 작업들”이라고 말했다.
추상은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다 다르다. 그래서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나는 그 모호함을 좋아한다”며 장난스런 웃음이 따라온다. 전시의 서문을 쓴 박재용 큐레이터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모든 것이 너무나 고화질이고 고해상도”라며 “완결성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 열려있는 완결되지 않은 호아킨의 작업처럼 모호한 추상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서울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그의 작업 어디에도 서울을 명시적으로 확인할 순 없다. 작가가 마음으로 번역한 서울이다. 전시는 5월 26일까지.
vick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