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승승장구 정유업계, 1분기 실적 전망은 ‘암울’ [비즈360]
[123rf]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지난해 고유가 여파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던 정유업계가 올해 1분기에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흐름이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가격) 회복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정유 4사 중 3곳이 적자를 냈던 지난해 4분기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당분간은 재고 손실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배럴당 77.78달러로 2주째 80달러 선을 하회하고 있다. 작년 3월 최고 127.86달러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50달러 이상 벌어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지난달 17일 66.74달러까지 빠졌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80달러 안팎을 유지하는 분위기였지만 2월부터 내림세를 보이면서 지금은 70달러대 초중반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실적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은 최근 확대되는 모양새다. 다만 손익분기점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한 데다 회복 속도도 예상보다 느리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올해 1월 배럴당 12.5달러로 회복됐으나 다시금 내리면서 지난달엔 7.4달러 선을 기록했다.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5달러보다는 높지만 20달러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시장에서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증가가 그다지 뚜렷하지 않다”면서 “정제마진은 당분간 하락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정유사의 1분기 실적을 낮춰잡는 분위기다. 지난해 호실적에 따른 기저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낙폭은 상당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원유 재고의 평가 손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60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의 경우 영업이익 예상치를 시장 컨센서스에 한참 못 미치는 1516억원으로 잡았다.

에쓰오일(S-Oil)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지난해 동기 대비 52.5% 낮은 6328억원으로 추산됐다.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도 적자는 면하겠지만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대폭 하락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기록적인 실적을 거둔 만큼 올해는 실적 감소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기대한 만큼의 업황 회복이 나타나지 않아 하락 폭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러시아산 석유제품 제재, 중국의 내수 회복 등으로 석유 수요가 늘면 정제마진이 반등하면서 실적도 어느 정도는 개선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승승장구 정유업계, 1분기 실적 전망은 ‘암울’ [비즈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