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글로벌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주요 시중은행들의 지난해 해외법인 총 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우리은행의 경우 전체 지역에서 비교적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KB국민·하나은행은 해외법인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실적 위축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동남아시아와 중국 법인의 실적이 ‘극과 극’으로 나뉘며, 은행 간 희비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한·우리은행, 동남아 법인 ‘호실적’에 웃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요 해외법인 순이익은 총 1642억4900만원으로 전년(4880억470만원)과 비교해 약 3200억원 감소했다. 특히 1년 새 순이익이 약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며, 2년 연속 실적 악화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적 악화가 4개 은행 모두에서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신한은행의 해외법인 10곳은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한 2021년(2341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4269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해외법인 순이익은 동남아, 일본, 북미 등에서 전반적으로 증가했지만, 특히 신한베트남은행의 호실적이 눈에 띄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해외법인 중 가장 많은 197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였다. 신한은행은 소매 중심의 영업강화 등 현지화를 지속한 것이 성과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실제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에만 지점 5곳을 늘리고 지역 특화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는 등 지속적인 확장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법인 SBJ은행의 경우도 대출 실적 증가에 따라 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은행 또한 지난해 해외법인을 통해 전년(1745억원) 대비 1100억원이 증가한 288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실적 증가세를 이끈 것은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권역이었다. 베트남우리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632억원으로 전년(273억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또한 전년 대비 200억원 증가한 68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캄보디아법인을 포함한 동남아 3대 법인은 최근 5년간 순이익 기준 연평균 3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며 “캄보디아, 베트남 법인에 대한 추가 증자도 고려하는 등 3대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현지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동남아 법인이 성패 갈라…국민·하나, 건전성 관리에 ‘실적 위축’
반면 국민은행의 경우 동남아 해외법인에서 큰 손실을 겪었다.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KB부코핀은행’의 경우 지난해 80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폭이 세 배가량 확대됐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해외법인 순손실은 지난해 기준 5580억원으로, 전년(506억원) 대비 열 배 이상 늘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20년 부코핀은행의 최대주주가 된 이후, 부실 자산을 정리하고 총 4차례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적자 현상이 심화되며, 체질 개선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속한 정상화 추진을 위해 전체 부실채권(NPL) 규모를 상회하는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한 결과”라며 충당금 적립을 통한 부실 흡수 여력이 충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중국법인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하나은행은 대부분 해외법인에서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중국법인의 적자폭이 확대되며, 전년(1073억원) 대비 크게 줄어든 7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는 2021년에 571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지난해 97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한 바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지침에 따라 중국 법인의 일부 영업점에서 영업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며 “제로코로나 정책 등에 따른 현지 대출 자산에 대한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이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또한 중국의 방역 정책으로 인한 경제 위축에 따라 대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하며 이익 규모를 줄였다. 다만,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비교적 적은 충당금을 쌓으며 순이익 성장세를 나타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이 운영 중인 해외법인의 경우 꾸준히 일정한 이익을 얻어다 주는 캐시카우가 아닌, 향후 해외로의 영역 확장을 위한 발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올해 금융당국 또한 은행들의 해외 진출에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적극적인 진출이 이뤄지고 있는 동남아 권역 등을 중심으로 한 주요 은행 해외법인의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