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가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전량에 대해서 공정한 가격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는 강력히 반대합니다. 제안한 대로 주주환원정책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본인은 의안에 반대하라고 주주들에게 요청할 생각입니다.”

1985년 칼 아이칸은 필립스페트롤리엄 의장에게 서한을 보낸다. 그럼에도 주주환원정책이 수정되지 않자 아이칸은 주주총회에서 위임장 대결을 해 의안을 부결시킨다. 필립스페트롤리엄은 새로운 주주환원정책을 수립할 수밖에 없었고, 아이칸은 10주 만에 약 5000만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그러자 아이칸은 “모든 주주가 이익을 보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로빈후드는 아닙니다. 나도 돈을 벌게 돼 즐겁습니다”라며 자신도 공익뿐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움직인다고 인정한다.

주주총회 계절인 3월 우리나라에서도 주주행동주의 이야기가 화제다. 에스엠을 둘러싼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카카오, 하이브, 이수만의 상호 연합과 대결을 온 국민이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한때 행동주의펀드는 거액의 시세차익을 남기면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먹튀’한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됐다. 행동주의펀드가 단기 성과를 위해 기업을 압박하게 되면 기업은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기업가치를 증가시키는 활동을 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행동주의펀드가 이윤을 추구한다고 해여 탐욕스러운 포식자라고만 본다면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다.

행동주의펀드의 먹잇감이 되는 기업은 모두 우수한 펀더멘털을 가지고 있고, 현재 주가가 동종 업종에 비해 현저하게 저평가된 기업인데 보통 그 이유는 거버넌스 문제나 시장의 경영진에 대한 신뢰 부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기업은 좋은데 경영을 잘못하고 있는 경우 행동주의펀드의 공격 대상이 된다. 이러한 기업을 목표로 삼아 행동주의펀드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적자 사업부 정리, 과다한 임직원 수와 급여 축소, 자사주 매입 및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한다. 행동주의펀드가 기업 경영에 적절히 관여하면 주가가 상승하게 되는데 이는 잘못된 경영 전략을 수정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배당을 확대하는 등 주주친화적 정책을 펼치기 때문이다.

팀쿡 애플 CEO도 데이비드 아인혼과 칼 아이칸의 공격을 받았는데 이들의 주주환원, 자사주 매입 요구 등을 진지하게 검토·수용해 주주친화적 회사로 거듭나면서 애플의 주가는 초고속으로 상승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총회에서 에스엠의 감사를 선임한 이후 라이크기획과 불공정거래 문제를 해결해 에스엠의 기업가치를 상승시켰다.

주주행동주의의 활동으로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주주의 다양한 권리를 회사 운영에 정당하게 반영하고, 부당한 거래 중단 및 비용절감, 성장 창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가치를 올리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주주행동주의의 활약으로 코리아디스카운트 원인이 해소되면 외국인들도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아 투자를 늘리게 된다.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많아지면 경영진은 공격당하지 않기 위해 경영투명화, 이익극대화 및 높은 주가 유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사회 중심의 기업 경영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일부 우려처럼 행동주의펀드가 단기차익만 노리는 탐욕스러운 기업사냥꾼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기업과 함께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가 경제발전에 촉매 역할을 하도록 관심을 가질 때다.

이인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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