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타디오스씨 인터뷰
임원들 모은 기금 도움 받고 자라
LG전자서 고급 엔지니어 성장중
# 1950년 6·25 전쟁 발발 당시, 에티오피아의 20대 초반 남성인 니카토 암바이(Negatu Anbaye) 씨가 이역만리 동양의 낯선 땅인 한국을 찾게 된다. 북한의 갑작스런 침공에 놀란 남한 측 주민들을 돕고 침략당한 지역을 수복하기 위해서다. 에티오피아는 당시 6·25 전쟁에 지상군을 파병시킨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로, 이 전쟁에만 6000명의 군인이 파병길에 올랐다. 그리고 참전했던 암바이 씨는 스물네살에 전장에서 사망, 고국인 에티오피아 땅을 다시는 밟지 못하고 낯선 한국 땅에 한 줌의 흙으로 묻히게 된다.
이 한 줌의 흙으로 잊혀진 암바이 씨에게는 손녀 리바노스 타디오스(Libanos Tadios·22)가 있다. 어느덧 자기 할아버지만큼 훌쩍 커버린 이 소녀는 현재 LG전자 중아서비스법인(LGEME)에서 LG전자 가전 제품에 대한 수리와 관련된 교육훈련을 받으며 실무를 쌓는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 참전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할아버지에 이어 손녀는 LG전자를 통해 다시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타디오스 씨는 6·25 참전용사의 가족에게 LG전자가 제공하는 ‘임원사회공헌기금’의 도움을 받아 자랐다. 안과 수술을 받으러 간 할머니(암바이 씨 부인)에게 병원이 해당 기금의 존재를 알려준 게 계기가 됐다.
LG전자 임원들은 2004년부터 자발적으로 기본급의 0.5%를 모아, 6·25 참전용사의 가족 지원 등에 활용하고 있다. 타디오스 씨는 이 기금을 통해 15세부터 19세까지 장학금과 금전적 지원을 받고, 이후 ㈜LG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협력해 만든 직업전문학교인 ‘희망학교’의 IT전산학과에 입학해 추가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다.
청소년기에 LG전자의 기금 도움으로 학업을 마치고, 성인이 된 뒤에도 해외법인에서 근무하며 LG와 인연을 이어온 것은 타디오스 씨 사례가 처음이다.
헤럴드경제가 3일 화상인터뷰를 통해 만난 타디오스 씨는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지원을 보내주신 LG에 감사하는 마음”이라며 “현재는 수리 업무 기반을 바탕으로 고장·불량 등 해결을 위한 데이터 분석 전문성을 더 쌓고 싶다”고 말했다.
LGEME는 중동(77개국) 관할 9개국 메인 거점 법인의 LG전자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타디오스 씨는 이곳에서 약 2년 과정으로 수리 관련 전문성을 쌓고 있다. 현재 5개월 가량 인턴생활을 하며 수리의 기초 지식을 익힌 타디오스 씨는 조만간 TV, 세탁기, 냉장고 등 전 제품을 직접 수리하는 엔지니어 수준의 교육 과정(레벨3)에 입문할 예정이다. 또 오는 6월부터는 수리 진단 콘텐츠 구축을 통해 보다 고난도의 수리 역량을 갖춘 엔지니어로서 커리어를 구축하게 된다.
LG의 사이니지 디스플레이에 놀라 회사에 지원했다는 타디오스 씨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DX(디지털 전환) 기술 등에 관심이 많은 고급 엔지니어로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타디오스 씨는 “LG가 준 기회를 현명하게 활용하여 에티오피아와 아프리카 대륙 등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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