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지마 타츠오 개인전 ‘무한 숫자’
한남동 갤러리 바톤에서 3년만의 재회
연결과 확장 강조 여전한 작가의 세계
서울 한남동 리움 입구, 바닥에 점멸하는 숫자 LED 조명이 있다. 어떤 것은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어떤 것은 몇 분이 지나야 다음 숫자로 넘어간다. 일본 현대미술가 미야지마 타츠오의 작품 ‘경계를 넘어서’이다. 미술관·박물관의 역할이 시간을 박제해 영원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보면, 타츠오의 작업이 입구에 놓인 것은 꽤나 아이러니하다. 그의 작업은 모든 것이 변화하고, 연결되어 있고 또 계속된다고 웅변하니까.
미야지마 타츠오의 개인전 ‘무한 숫자(Infinite Numeral)’가 서울 한남동 갤러리 바톤에서 열린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같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후 3년 만의 전시다. 지난 번 전시에선 1980년대 초창기 작업부터 최근 작까지 소개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비즈를 활용한 신작 페인팅 시리즈를 주로 선보인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점멸하는 숫자 LED가 그려진 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그는 “(제가 직접) 제작한 것은 아니고 이세이 미야케와 콜라보레이션 했다. 이번 시즌 신상”이라며 쑥스러운 듯 웃음을 터트렸다. 작가는 지난 30년간 0을 제외한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역순으로 점멸하는 LED에 넣어 ‘시간성’을 표현해 왔다.
작가에 따르면 ‘계속 변화한다. 모든 것은 연결된다. 영원히 계속된다’는 세 가지의 키워드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이자 만고불변의 진리다. 전혀 다른 물질인 물과 바위도 시간의 개입에 풍화작용과 순환을 거쳐 결국 연결된다. 이같은 흐름은 끝이 없다. 변화한다는 개념만이 영원히 살아남는다.
LED 대신 작은 비즈를 활용한 신작 페인팅도 이같은 사고의 연장선 상에 있다. “태초의 빅뱅, 바로 그 직후이 이미지를 상상해서 그렸다”는 작가는 그 위에 숫자가 쓰인 비즈를 붙였다.
랜덤하게 자리한 비즈는 ‘창조자의 의지가 개입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뜻한다. 작품을 만드는 인간의 의지를 배제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숫자를 추출하고, 비즈가 붙을 위치를 잡았다. 컴퓨터가 시키는대로 인간이 작업을 완성했다. 그는 “인간의 감정을 배제해야만 자연스러움을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즈를 붙이기 위한 흰색 풀이 있는데도 비즈가 없다면 그것은 0을 의미한다. 그는 “제로는 생명과 기운이 공존하는 하나의 점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은 공간은 말 그대로 텅빈 보이드(void)로, 삶도 죽음도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비즈 페인팅은 작품이 걸린 벽면 바로 아래 바닥에 숫자 비즈들이 흩뿌려졌다. 마치 작품에서 흘러내린 것처럼 보인다. 그는 “지금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삶이, 나의 예술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며 “빅뱅의 순간이 태초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의 바람이 충족된 것일까. 일본에서 이 시리즈를 선보였을 때, 전시장을 찾은 아이들이 비즈를 주워갔다고 한다. “나의 의도가 달성된 듯 해 무척이나 기뻤다. 그렇다고 이번 전시 때 막 가져가시면 안된다, 하하.”
미야지마 타츠오는 계속해서 연결과 확장을 강조했다. 밖으로 향하는 큰 창에 설치된 ‘체인징 랜드스케이프 / 체인징 룸’에서는 거울 필름 사이로 숫자를 파내어 외부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는 “지나가는 차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통해 세상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연결된다. 우리는 변하는 존재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8일까지. 이한빛 기자
서울 한남동 리움 입구, 바닥에 점멸하는 숫자 LED 조명이 있다. 어떤 것은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어떤 것은 몇 분이 지나야 다음 숫자로 넘어간다. 일본 현대미술가 미야지마 타츠오의 작품 ‘경계를 넘어서’이다. 미술관·박물관의 역할이 시간을 박제해 영원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보면, 타츠오의 작업이 입구에 놓인 것은 꽤나 아이러니하다. 그의 작업은 모든 것이 변화하고, 연결되어 있고 또 계속된다고 웅변하니까.
미야지마 타츠오의 개인전 ‘무한 숫자(Infinite Numeral)’가 서울 한남동 갤러리 바톤에서 열린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같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후 3년 만의 전시다. 지난 번 전시에선 1980년대 초창기 작업부터 최근 작까지 소개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비즈를 활용한 신작 페인팅 시리즈를 주로 선보인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점멸하는 숫자 LED가 그려진 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그는 “(제가 직접) 제작한 것은 아니고 이세이 미야케와 콜라보레이션 했다. 이번 시즌 신상”이라며 쑥스러운 듯 웃음을 터트렸다. 작가는 지난 30년간 0을 제외한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역순으로 점멸하는 LED에 넣어 ‘시간성’을 표현해 왔다.
작가에 따르면 ‘계속 변화한다. 모든 것은 연결된다. 영원히 계속된다’는 세 가지의 키워드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이자 만고불변의 진리다. 전혀 다른 물질인 물과 바위도 시간의 개입에 풍화작용과 순환을 거쳐 결국 연결된다. 이같은 흐름은 끝이 없다. 변화한다는 개념만이 영원히 살아남는다.
LED 대신 작은 비즈를 활용한 신작 페인팅도 이같은 사고의 연장선 상에 있다. “태초의 빅뱅, 바로 그 직후이 이미지를 상상해서 그렸다”는 작가는 그 위에 숫자가 쓰인 비즈를 붙였다.
랜덤하게 자리한 비즈는 ‘창조자의 의지가 개입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뜻한다. 작품을 만드는 인간의 의지를 배제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숫자를 추출하고, 비즈가 붙을 위치를 잡았다. 컴퓨터가 시키는대로 인간이 작업을 완성했다. 그는 “인간의 감정을 배제해야만 자연스러움을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즈를 붙이기 위한 흰색 풀이 있는데도 비즈가 없다면 그것은 0을 의미한다. 그는 “제로는 생명과 기운이 공존하는 하나의 점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은 공간은 말 그대로 텅빈 보이드(void)로, 삶도 죽음도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비즈 페인팅은 작품이 걸린 벽면 바로 아래 바닥에 숫자 비즈들이 흩뿌려졌다. 마치 작품에서 흘러내린 것처럼 보인다. 그는 “지금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삶이, 나의 예술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며 “빅뱅의 순간이 태초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의 바람이 충족된 것일까. 일본에서 이 시리즈를 선보였을 때, 전시장을 찾은 아이들이 비즈를 주워갔다고 한다. “나의 의도가 달성된 듯 해 무척이나 기뻤다. 그렇다고 이번 전시 때 막 가져가시면 안된다, 하하.”
미야지마 타츠오는 계속해서 연결과 확장을 강조했다. 밖으로 향하는 큰 창에 설치된 ‘체인징 랜드스케이프 / 체인징 룸’에서는 거울 필름 사이로 숫자를 파내어 외부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는 “지나가는 차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통해 세상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연결된다. 우리는 변하는 존재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8일까지.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