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일 아담 피셔와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28~30일 흐루샤와 밤베르크, 김선욱과 협연
세계적인 거장과 차세대 거장으로 꼽히는 ‘명 지휘자’들이 한꺼번에 온다. 헝가리 출신의 아담 피셔(74)와 체코 출신의 야쿠프 흐루샤(42)다. 두 마에스트로는 저마다의 주무기를 장착한 악단들과 함께 한국을 찾아 ‘음악적 교감’을 나눌 예정이다.
헤럴드경제는 각각 다른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두 거장에 대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14년 만의 방한’ 아담피셔 “기대감 커”=거장 아담 피셔는 14년 만에 찾은 한국이라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관객들은 서양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정말 높다”며 “한국의 높은 문화적 수준, 음악적 수준에 감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의 영혼과 가장 가까운 오케스트라’로 평가받는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단원 모두가 마치 모차르트와 개인적인 관계가 있는 것처럼 모차르트를 잘 이해하고 있다”며 “이 오케스트라만의 모차르트에 대한 깊은 음악적 친밀감과 이해력을 한국의 관객들에게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담 피셔는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 함께 오는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시작, 10일 예술의전당, 11일 경기아트센터 등에서 한국 관객과 만난다. 메뉴인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등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이 협연한다.
레퍼토리 역시 모차르트로 채워졌다.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 5번, 모차르트 교향곡 제 35번이다. 특히 교향곡 25번과 함께 딱 두 개 뿐인 단조인 40번을 연주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전설적인 지휘자 브루노 발터(1876~1962)가 ‘당신이 50세 이하라면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을 지휘할 시도도 하지 말라’고 했다”며 “나 역시 50세 이전에 연주했던 곡을 다시 들어보면 매우 부족하다”며 “이 곡은 마치 기적으로 가득한 인생의 경험과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랑, 질투 등등 모차르트 보다 더 인간의 감정 더 잘 담아낸 작곡가는 없다”며 “몇백 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음악은 굳건히 살아있다”고 말했다.
동생 이반 피셔와 함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아담 피셔는 정치적 발언에도 거침 없고, 국제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2010년 말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정부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가 헝가리 국립 오페라단 음악감독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20년간 헬싱키 인권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음악가는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라며 “음악가들은 국가주의에 반대하고, 인종차별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행동엔 언제나 음악이 있어 더 큰 힘을 가진다. 아담 피셔는 젊은 시절부터 오스트리아-헝가리 하이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체득한 음악적 전통을 바탕으로 역사주의 연주 양식을 연구하고 시대악기 단체를 지휘했다. 매번 새로운 시각으로 빈 고전주의를 해석하고, 꾸준한 음반 작업으로 예술적 성취를 이뤘다. 그는 “나는 늘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되길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휘자로서 다른 연주자들을 하나로 융합시켜 강력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끌어낼 수 있다”며 “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늘 새로운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것. 그게 내가 음악과 지휘를 사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과 인연 깊은 차세대 거장 흐루샤=야쿠프 흐루샤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지휘자다. 지난 2010년과 2013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했고, 2006~2007년엔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오케스트에서 보조 지휘자로 활동했다. 당시 음악감독이 정명훈이었다. 그는 “지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지휘자 중 한 명은 정명훈 지휘자”라며 “그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독일의 밤베르크 심포니. 밤베르크는 인구 7만 명도 안되는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에 있지만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체코에서 이곳으로 이주한 음악가들이 지난 1946년 이 악단을 결성했다. 야쿠스 흐루샤는 이 곳의 다섯 번째 상임지휘자다. 그는 “밤베르크 심포니와 체코 필하모닉의 선조들은 프라하에서 함께 1787년 모차르트 ‘돈 조반니’를 초연했을 지도 모른다”며 “그러니 이 두 오케스트라는 사촌 오케스트라(Cousin orchestra)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밤베르크 심포니와 체코 필하모닉은 음악적 DNA를 공유하고 있다. 실제로 1787년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1908년 말러 교향곡 7번이 세계 초연된 체코 프라하엔 독일 음악가들이 상당히 많았다. 19세기에는 독일인 음악가로 구성된 ‘프라하 독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들이 밤베르크 심포니의 시초가 됐다.
밤베르크 심포니의 내한은 7년 만이다. 28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시작해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30일 경기아트센터 등으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공연에선 악단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레퍼토리를 꾸몄다. 흐루샤는 “밤베르크 심포니의 정체성은 체코와 독일이 공존하는 역사 의식과 ‘진정한 독일’이라는 뿌리의 결합”이라고 말했다. 이에 내한 공연에선 체코 음악이 원색 그대로 담긴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 9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보헤미안 사운드’를 가진 독일 오케스트라와 체코 지휘자인 내게 드보르자크는 이상적인 음악”이라며 “특히 이번 한국 공연에서 연주할 8, 9번은 생애 첫 풀편성의 오케스트라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과의 협연에선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선보인다. 그는 “김선욱은 아시아와 유럽, 특히 독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잘 알려진 훌륭한 아티스트”라며 “협업은 처음이다 보니 그의 음악이 아주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들에게 “템포, 표현, 강조, 균형, 음색, 개성 등을 상상하며 연주에 매혹된다면, 아주 커다란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흐루샤는 지금 세계 음악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지휘 거장’이다. 그는 현재 밤베르크 심포니와 함께, 체코 필하모닉과 산타 체칠리아 국립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도 활동 중이다. 오는 2025년 가을부터는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음악감독직을 맡는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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