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한 생활고 독거노인 사망

위기정보 받지 못해 취약계층 제외

복지 신청주의 제도 보완 필요성도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한 오피스텔에서 거주하던 80대 여성이 결국 숨졌다. [마포소방서 제공]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한 오피스텔에서 거주하던 80대 여성이 결국 숨졌다. [마포소방서 제공]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오피스텔에 살던 독거노인이 분신한 뒤 입원 치료를 받다 사망한 사건은 위기 가구 발굴 제도의 맹점을 보여줬다.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수혜자가 되기 위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복지 신청주의’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소방과 구청 등에 따르면 화재로 치료를 받다 지난 2일 결국 숨진 80대 노인 김모씨는 ▷오피스텔 거주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제도 미신청 ▷ 본인 소유가 아닌 곳에 사는 등의 이유로 복지당국에 위기가구로 분류되지 못했다. 김씨는 지난해 4월 동거인이 숨진 뒤 홀로 살면서 8개월동안 오피스텔 관리비를 체납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다. 김씨는 지난달 28일 자신이 살고 있던 오피스텔 거실에 놓인 침대 매트리스에 불을 놓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오피스텔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지만 김씨는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었고 결국 사망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 빌라와 같이 공동주택에 포함되지 않아 김씨는 관리비 체납 등 위기 징후가 있어도 발견되지 못했다. 통상 위기정보가 하나라도 해당되면 ‘전체 위기정보 입수자’ 명단에 오르고, 고위험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중앙위기 발굴대상’이 되지만 김씨는 해당되지 않았다.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를 방지하기 위해 단전·단수, 건강보험료 체납(3개월 이상), 기초생활수급 탈락·중지, 공동주택 관리비 체납 등 39종의 위기정보를 수집한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서 통합 관리하는시스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자체가 오피스텔 거주자의 위기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북구 월곡 1동이 고독사 예방을 위해 중장년 1인가구를 전수 조사 할 당시 한 위기가구가 살던 모습. 해당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헤럴드 DB]
성북구 월곡 1동이 고독사 예방을 위해 중장년 1인가구를 전수 조사 할 당시 한 위기가구가 살던 모습. 해당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헤럴드 DB]

실제 김씨처럼 오피스텔에 거주해 위기 가구로 분류되지 못했던 사례도 있다. 소방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김씨가 살던 마포구 아현동 소재 오피스텔에 거주하던 노인도 고독사 위험 직전에 구조됐다. 구조 당시 노인은 2주 동안 밥을 먹지 못했고, 소아마비 장애 2급으로 경제활동도 어려웠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결국 다리를 움직이지 못한 노인이 119 신고를 한 뒤에야 소방과 구청의 도움을 받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될 수 있었다.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자 등록 문의를 하는 등 동주민센터에 상담을 했으나 서류 제출 등 후속 절차를 밟진 않아 지원에서 소외됐다. 김씨가 살던 오피스텔은 동거인 가족 소유라 임대차증명서, 각종 금융자료 등 수급자 신청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 준비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거지가 불안정하고 제도 절차가 복잡하면서 김씨가 서류 작업을 포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신청하려면 근로능력평가서, 소득관계서류, 재산신고서 등 각종 서류를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복지 신청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모든 위기가구를 발굴하기 어렵기에 복지제도 신청 전반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복지 신청주의 문제로 한정지으면 복지 발굴주의로 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며 “다만 실제로 가난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동사무소 등에 상담했을 때 근로 능력 평가 등 서류절차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알아서 증명하기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각종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