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여 전 금융권을 취재할 때 한 은행의 인사 시스템을 둘러싼 갈등이 노조의 총파업 여부를 좌우할 정도로 첨예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던 창구전담 직원들의 경력을 얼마나 인정해줄지가 노사 간 이견의 핵심이었다. 사측에서는 이들의 경력을 모두 인정해주자니, 대졸 공채 행원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고민이 깊었다. 반면 노측은 근무기간을 100% 경력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갑자기 이때의 기억이 떠오른 이유는 유보통합(유아 교육과 보육의 통합)에서 가장 난제로 꼽히는 교사 신분과 처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유보통합은 지난해 정부가 운을 띄운 이후 연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장 의견수렴이 부족하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등 많은 지적이 있지만 가장 두드러진 불만은 유아교육을 수행하는 유치원 교사와 보육을 담당해온 어린이집 교사 간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유치원 교사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거나 교직 이수를 해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보육교사는 대학에서 관련학과를 졸업하는 것 외에도 학점은행제를 통해 관련 51학점 이상 이수하고 실습을 거치면 자격이 나온다. 1년 과정을 통해서도 자격을 받을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다는 인식이 크다.
유치원 교사들은 이 차이가 유보통합이 되면 같은 자격으로 수렴될 것이라 우려한다. 요즘은 학벌도 열심히 노력해온 것을 입증하는 증표라며 ‘블라인드 면접’ ‘무스펙 전형’을 오히려 반대하는 추세다. 이런 까다로운 잣대에 진입 과정이 달랐던 교원의 자격을 통일한다는 것은 불합리하게 보일 터.
어린이집 교사라고 할 말이 없을까.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해당 연령대에 맞는 보육이 필요하다. 자격 취득 과정이 다소 수월했다 해서 어린이집 교사들의 보육전문성을 깎아내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누군가의 경력을 재단할 기준은 그 자격을 부여한 국가라고 해도 쉽게 세우기 어렵다.
유치원 교사들은 수차례 유보통합 거부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에는 유보통합에 반대한다는 국민동의청원도 나왔다. 한쪽에서는 보육교사 자격 취득 ‘막차’를 타라는 교육기관 광고가 난무한다. 이 모두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한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들의 자부심에 상처만 입히는 일이다.
외국 사례를 보면 유보통합의 첫걸음은 교사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었다. 뉴질랜드에서는 보육노동자노조와 유치원연합노조가 ‘통합유아노조’를 설립해 지자체, 정치집단 등과 긴밀하게 논의한 것이 유보통합을 성사시킨 원동력이었다. 반면 한국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소관 부처까지도 합의에 이르렀지만 교사 자격과 처우에 대한 논의는 가장 봉합이 어려운 문제로 꼽히고 있다.
보육이든, 교육이든 해당 직(職) 종사자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어떤 식으로 제도를 개편해도 성공하기 어렵다.
거리로 나오는 이들 혹은 인터넷에서 저항운동을 벌이는 이들을 납득시킬 방법은 그들이 우려하는 지점을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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