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6월 시행
검찰 “밀행성 해쳐…범죄 대응에 장애”
법원 “선별압수 준수, 당사자 참여 보장”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됐을 때 법원이 사건 관계인을 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대법원이 규칙 개정에 나서자 검찰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개정 과정은 물론 시행 이후에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3일 입법예고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 대해 다음달 14일까지 외부 의견을 수렴한다. 형사소송규칙은 법률이 아니어서 대법원이 자체적으로 바꿀 수 있다. 개정안 부칙에 오는 6월부터 시행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에 계획한 일정에 따라 입법예고 후 대법관회의를 거쳐 공포·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규칙 개정안은 압수수색 영장 발부와 관련해 법관이 대면 심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열리는 영장심사 같은 절차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개정안 58조의2 제1항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 심문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밖에도 피의자 등 압수수색영장 집행 참여시 참여권 강화, 압수수색 대상으로써의 정보 명문화 등이 개정안에 포함됐다.
대법원은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저장된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경우 사생활 비밀과 자유, 정보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높기 때문에 선별 압수 원칙을 준수하고 당사자의 절차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압수수색 실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대검찰청은 8일 입장문을 내고 “영장청구 사실과 내용이 공개돼 수사기밀 유출과 증거인멸 등으로 밀행성을 해치게 되고 신속하고 엄정한 범죄대응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대법원의 규칙 개정 추진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서경대 교수)은 “무엇보다 형사절차는 형사절차법정주의에 따라 법률로 규정돼야 하는 게 원칙인데 대법원규칙으로 압수수색 영장 심문권을 도입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법원이 필요할 때 편의에 따라 선택적으로 한다는 것인데 그 자체로 형평성에 반한다”며 “권력자의 사건에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서민이나 소시민 상대 압수수색 영장은 쉽게 발부되면 제도가 변질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의 경우에도 독일, 프랑스 등 대륙법계 형사절차 국가에선 서류 기록만으로 압색 영장을 발부하고, 미국의 경우 영장 발부시 선서진술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지만 선서한 사람이 증인으로 공판정에 출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법원이 추진하는 제도와 결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반면 무분별한 압수수색을 어느 정도 제한해 강제수사 관련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범위가 더 명확해져서 과도한 압수수색으로 인한 피해나 위법 압수 논란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이 수사 밀행성 문제를 모르지 않을 것이어서 디지털 증거처럼 인멸 우려나 논란이 없는 부분으로 심문이 국한될 걸로 본다”며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향의 제도 추진이면 법률로 정하는 게 맞지만 오히려 기본권을 신장시키는 방향으로 한다는 것이어서 그런 부분은 대법원 권한 내에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나 제보자가 주요 심문 대상이 될 수 있고, 피의자와 변호인은 수사밀행성을 고려할 때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심문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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