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꾸준히 늘던 등록 개발업자…최근 3개월 사이 줄어

2758→2751→2715개

“현 상황 3개월만 지속돼도 큰 위기 겪는 회사 많을 것”

“주택 공급 부족 사태로 이어질 수도”

“이러다 집 지을 사람 모두 사라질라”…디벨로퍼 곳곳 폐업 속출 [부동산360]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고은결 기자] # 부산시 해운대구에 오피스텔을 개발 중인 A시행사는 올해 5월이 만기인 브리지 대출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전환하는 데에 애를 먹고 있다. 땅값만 600억원에 공사비용 등을 합하면 총 1800억원, 자기자본 150억원을 뺀 약 1650억원이 필요한데 금융기관이 한층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서다. 지난해 초만 해도 자기자본비율 10% 내외면 가능하던 사업이 이젠 리스크 부담을 덜기를 원하는 금융기관이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30%까지 요구하고 있다. 또 과거만 해도 PF 금리 5~6%였던 것이 최근에는 10%를 훌쩍 넘고 일종의 선이자 격인 금융수수료까지 따지면 20%에 육박한다. A시행사 대표는 “달라는 대로 주고 돈을 빌리지 않으면 땅을 포기해야 할 판”이라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한탄했다.

# 서울시 마포구에서 공동택지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B시행사. 1년 전 대지 가격만 900억원인 땅을 90억원의 계약금을 납입하고 사들였다. 인허가 기간이 길어지며 중도금 일자가 최근 도래했다. PF는 꿈도 못 꾸고 브리지 대출로 잔금 납입을 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제2금융권에서 불가 통보를 받아 160억원이 당장 필요한 상황이다. 때마침 C시행사에서 16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나누자는 제안이 왔다. B사는 회사 내부 자금을 활용해 급한 불만 끌 목적으로 160억원의 중도금을 납입했다. 하지만 최근 C사에서 ‘투자하지 않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이대로라면 다른 진행 중인 사업지들마저 차질을 빚을 상황이다.

시장금리가 급등하고 분양시장의 리스크가 커지자 주택 공급의 첨병으로 불리는 시행사들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하락세인 부동산경기에 금융권이 돈줄을 조이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사업마저 지지부진해져 금융비용만 떠안고 있는 회사들이 부지기수인 실정이다. 이에 그간 꾸준히 늘어나던 국내 디벨로퍼 숫자도 폐업 등으로 인해 최근 감소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집계 이후 올해 10월까지 꾸준히 증가 추세이던 서울시 부동산개발업 등록사업자는 최근 2개월간 감소세로 전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일명 디벨로퍼 또는 시행사로 불리는 부동산개발업은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관할 시도지사에 등록해야 한다.

등록된 사업자가 지난 10월 서울시에만 983개였던 것이 11월에는 979개로, 12월에는 963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전국에 등록된 개발사업자들도 2758→2751→2715개로 감소했다. 11월과 12월에만 각각 42개, 30개가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폐업 숫자가 20개를 넘지 않던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수치다.

한 시행사 대표는 “통상 시행사들은 사업지별로 등록을 따로 해 개발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경기가 너무 안 좋다 보니 사업 자체가 줄어 폐업만 늘고 신규 등록은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시행사들의 위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몇 개월만 지속돼도 이르면 올해 중순 중견사 중에서도 도산위기를 겪는 곳들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당장은 버텨보겠지만 자금 조달, 분양시장 측면에서 현 상황이 3개월만 지속돼도 큰 위기를 겪는 회사가 많을 것”이라면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시행사들이 내놓는 땅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른 시행사 대표도 “정부의 속도감 있는 추가 규제 완화를 기대해보는 수밖에 없다”며 “여러 사업지 중 한 곳만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외줄 타기를 하는 심정”이라고 했다.

주택 공급의 시작 단계인 시행사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당장은 아니지만 수년 후 공급 부족 사태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주택 성격상 토지 매입부터 인허가 절차, 시공사 선정 후 준공까지 수년의 기간이 걸리는 만큼 현 상황에서 시행사들이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면 궁극적으로 주택 가격이 재차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공급은 양보다도 꾸준한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느냐가 더 중요한데 일정한 공급의 시작점은 시행사들의 역할이 크다”며 “공급의 편차가 커질수록 집값 안정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고 피해는 일반 서민이 되돌려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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