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마지, 곰팡이 아닌 효모로 독성없어”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주부 이모(38) 씨는 꺼내든 김치용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담근 지 얼마 되지 않은 김치에 흰 곰팡이 같은 것이 생긴 것이다. 불안한 마음에 김치를 그냥 버리기로 했다.
김치를 버리게 만드는 이 성분의 정체는 곰팡이가 아닌 ‘골마지’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이는 효모가 산소와 반응해 생기는 것으로, 김치를 비롯해 간장·고추장·술 등 물기가 많은 발효성 식품에 하얀 막처럼 생성되는 물질(WCFYs·하얗게 집단을 이룬 유형의 효모)이다. 김치는 발효가 후기에 접어들수록 유산균 활동이 줄어들면서 효모에 의해 골마지가 나타난다.
골마지가 곰팡이와 다르다면, 이어지는 질문은 과연 ‘먹어도 안전한가’다. 김치를 버려야 할지, 그냥 먹어도 될지를 두고 한국인의 오랜 고민이 이어졌으나 이제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막연한 불안감이 해소됐다. 김치 골마지를 섭취해도 위생상 안전하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2018년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마이크로바이올로지(Journal of Microbiology)’에는 골마지를 생성하는 효모에 독성이 없다는 세계김치연구소 미생물기능성연구단의 논문이 실렸다. 김태운·노성운 박사 연구팀은 세포와 동물을 이용한 독성실험 결과, 골마지 효모에 특별한 독성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유전체 분석결과에서도 독성 관련 유전자가 없다고 밝혔다.
골마지 효모의 안전성이 입증됐어도 해당 김치를 먹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골마지가 생겼다면 군내가 나고 식감도 물러진 상태다.
앞서 언급한 연구를 이끌고, 세계김치연구소에서 오랫동안 김치 골마지를 연구해온 김태운 박사(세계김치연구소 녹색공정연구단장)는 “골마지가 약하게 끼어 있다면 이를 걷어내고 물로 씻은 뒤 찌개나 볶음 등의 김치요리로 활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골마지가 아닌 곰팡이가 보인다면 절대로 먹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골마지가 동글동글하게 뚜렷한 형태를 지녔다면, 흰색 곰팡이는 실타래처럼 생겼으며 푸른색 부분도 독성을 지닌가진 곰팡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최대한 골마지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이다. 김치에 골마지가 생기는 시간은 김치를 담글 때 원료 상태나 세척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원료 상태가 좋지 않거나 세척이 덜 됐을 때 빨리 나타날 수 있으며, 저온보다는 상온 보관이 불리하다.
김태운 박사는 “김치 골마지를 예방하려면 보관 시 위생비닐로 덮거나 국물에 잠기게 해 공기와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고, 4도 이하의 저온에서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