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사우디 ①- 알울라·리야드

자연·인문 매력 공존 모계사회 흔적

해질녘 나이트 헤그라 캠핑 프로그램

코끼리 바위 앞 천촌만락 호롱불 같아

해발 600m 고원에 자리잡은 수도 리야드

KAFD·99층 킹덤타워센터 투톱이 우뚝

사우디 왕조 300년 숨결 생생한 디리야

네움시티 놀라운 청사진과의 만남도

신비의 사우디 알울라...오아시스 품은 문명을 만나다 [함영훈의 멋·맛·쉼]
신비의 대자연이 오아시스를 감싸고 있는 알울라.

사우디가 ‘쎄쎄쎄’도 하는지 이제야 알았다. ‘어서와, 우리집은 처음인 게, 믿기질 않아.’ 경제성장기에 우리와 함께 일하며 ‘동지애’를 느끼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여행의 매력과 수천년 문화유산을 고리로 ‘찐우정’을 쌓기 위해 한국으로 달려오고 있다. 한류에 열광하고 있는 그들은 의료관광 등으로 한국을 방문해 다른 매력까지 더 알게 됐는데, 우리는 그들의 집에 놀러 간 적이 없다.

‘어서와, 우리집’의 선두엔 신비스런 대자연 파노라마 속, 2000년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알울라와 수도 리야드가 나섰다. ‘여풍당당’ 모습이 부쩍 많아진 것도 보기 좋았다.

▶한국관광언론 첫 입성, 이제 시작= 여행기자로는 사상 처음으로 사우디 정부 초청으로 그 곳에 첫 발을 디딘 후 목도한 알울라는 카파도키아·그랜드캐니언·장가계·금강산을 합쳐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홍해, 시나이반도, 지중해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알울라는 오아시스지역에 있다. 오아시스는 작은 연못이 아니라, 거대 호수와 강줄기이다.

이곳은 수려한 자연유산, 유구한 인문유산을 모두 품는다. 4억~5억년전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형성된 지형으로 오랜 세월 지각변동과 풍화, 타포니(한 덩어리 바위 중 약한 부분만 부서져 해골 혹은 버섯 처럼 되는 현상) 등으로 인해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장가계 같은 융기와 침식, 터키 카파도키아 같은 타포니와 풍화현상이 신비의 세계로 만든 곳이다. 다단유적지에선 신생대 화산폭발 흔적도 있다.

샤덴 호텔과 반얀트리 리조트는 기암괴석 아래 납작하게 티나지 않는 모습으로 착상했고, 인피니티풀과 원거리 기암괴석이 인생샷을 빚어내는 해비타스 리조트는 골짜기 뒤쪽에 숨어, 자연경관을 방해하지 않았다. 아침에 샤덴 리조트에서 일어나면 새들이 지저귀고, 어둠에서 깨어난 바위 꼭대기의 각종 동물, 사람모양의 기암괴석들이 대화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한국인 탐방단은 기암괴석들에게 ‘엄지척, 좋아요 바위’, ‘삼장법사 손바닥 바위’, ‘알울라 선크루즈 바위’, ‘뽀뽀바위’ 등 이름을 지어주었다.

신비의 사우디 알울라...오아시스 품은 문명을 만나다 [함영훈의 멋·맛·쉼]
알울라 코끼리 바위
신비의 사우디 알울라...오아시스 품은 문명을 만나다 [함영훈의 멋·맛·쉼]
알울라 고대유적 석굴고분 탐방 순서 (현장 표지판)

▶알울라 자연·인문 매력 겸비= 큰 우물 180개가 문명의 젖줄이 되고 있는 알울라 일대엔 에티오피아 랄리벨라 석굴처럼 산 만한 돌을 위에서 아래로 조각해서 만든 2000년 이상 된 석굴묘지 자발 알아마르, 카스라 알파리드, 자발 알바낫 등 무덤군 110여곳(계속 발굴중)과 초대형 바위의 갈라진 틈에 회의장을 조성한 자발 이트리브 등의 유적이 있다. 묘지석 한켠엔 고대 한 여성지도자가 살아생전에 자기 묘를 ‘조각’토록 지시하면서 자신과 후손들의 안녕을 기원한 흔적이 발견돼 수천년 아라비아반도의 주인이었던 나바티아 공동체가 모계사회였음을 추정케한다.

기암괴석 계곡에 숱한 명사들이 잠언을 적어 둔 자발 이크마는 바위가 책이 되어 인문학을 전하는 라이브러리이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사우디 사람들은 이곳에서 마음을 다스린다고 한다. 이 고대 언어는 아직 그 뜻을 풀지 못해 지구촌 고고학자들의 연구과제로 남아있다.

해가 지면 나이트 헤그라 캠핑 프로그램이 이어지는데, 산 만한 코끼리 바위 앞에 불빛들이 천촌만락의 호롱불 처럼 켜지며 장관을 이룬다. 알울라에선 휠스케이팅, 별자리 구경, 짚라인, 헬기투어, UTV투어 등 레포츠도 즐긴다.

신비의 사우디 알울라...오아시스 품은 문명을 만나다 [함영훈의 멋·맛·쉼]
리야드 도심.

▶리야드= 한국의 겨울철, 사우디 수도 리야드 현지는 저녁 무렵 긴팔셔츠와 가을점퍼를 입어도 쌀쌀함이 느껴졌다.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네지드 고원 해발 600m 지점, 오아시스 인근에 도시가 형성돼 되어 그렇다. ‘열사(熱沙)의 도시’라는 표현 중 ‘열’도 ‘사’도 모두 틀렸다.

도심은 경제중심구역인 킹 압둘라 파이낸셜 디스트릭트(KAFD)와 리야드의 랜드마크로 병따개 처럼 생긴 99층 높이의 킹덤타워센터(스카이브릿지)가 투톱을 형성한다. KAFD 서쪽으로 블루바드 시티, 최근 복원된 디리야 옛궁 및 도성마을이 이어져 있다. 남쪽엔 오늘날 사우디를 있게 한 유적 마스막요새가 있다.

99층 킹덤 타워센터 꼭대기 스카이 브릿지에 오르면 리야드 사방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1960~1970년대 사우디와 한국이 현대도시의 밑그림을 그릴 때 치밀하게 계획한 듯 도심 가운데 중심거리가 명확하고 동서남북 구획이 잘 됐음을 알수 있다. 여치집 처럼 건축된 올라야거리 스크류 형 빌딩, 초대형 구슬을 머금은 파이살리야 타워, 원기둥을 예술적으로 조각한 듯한 KAFD의 파이낸셜 센터 등이 내려다 보인다.

KAFD, 외교거리, 춤추는 분수와 도심 케이블카가 다니는 블루바드 시티엔, 먹거리·쇼핑 생태계도 잘 조성돼 있다.

▶디리야 옛 궁과 성안마을 복원= 도심에서 서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디리야는 우리의 조선왕조 같은 사우디 왕조 300년의 숨결이 밴 곳이다.

디리야 살와(salwa)궁성은 최근 복원되어 신비스런 자태를 드러냈다. 1727년부터 1818년까지 왕궁의 기능을 했다. 민속촌으로 변한 성안 마을에선 손님을 큰 소리로 맞아 웰컴 다과를 제공하려는 ‘하야쿠말라’ 외침, 전통 민속 북춤 공연 소리가 요란하다. 궁내에는 여러 박물관도 있고, 밤에는 여러 곳에서 궁벽을 스크린 삼아 미디어 파사드를 한다.

이곳은 오아시스 지역이었던 만큼 여행자, 무역상, 순례자 등에게 식음과 휴식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왕궁은 18세기에 지어졌지만 디리야 휴양무역도시의 기능은 1446년에 본격화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디리야 왕궁마을도 최근 1단계 복원을 마쳤다.

150년 된 알 마스막 요새는 진흙 벽돌 성체로 1902년 압둘 아지즈(Abdul Aziz) 국왕이 점령함으로써 사우드(Saud)라는 이름으로 왕국을 통합하게 한 역사적 장소이다.

사우디 정부가 한국 등의 도움으로 야심차게 진행중인 네옴시티 관련 홍보관도 하니파 밸리 근처에 있다. 인류가 생각지 못한 대역사 ‘네옴시티, 더라인’의 놀라운 청사진을 일별할 수 있는 곳이다.

▶동계아시안게임도 여는 사우디= 사우디의 기후는 다채롭다. 북부 트로제나는 가을에 가을답고, 겨울엔 눈도 많이 와,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지로 결정됐다.

역사책에서만 보던 ‘메카서 메디나로 헤지라’의 그 메디나는 머플러(흔히 세계여성이 착용하는) 또는 남성 이깔(속모자) 등 최소한의 에티켓만 갖추면 비신자에게도 개방적인 태도를 취했고, 세계각국 신자들은 저마다의 자유로움을 투영한 복색으로 성지를 활보하고 있었다. 헤지라 후 처음 지어진 쿠바모스크는 비신도의 자유출입이 허용된다. 아중동의 맹주다운 사우디의 통큰 조치였다.

사우디 제2도시 제다는 우리의 할아버지, 삼촌이 고온다습한 기온을 견뎌내면서 현대화 건설에 나섰던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알발라드 마을, 세계최고 높이 국기게양대, 킹스파드분수, 미로와 무어의 작품이 있는 해변 조각공원, 홍해크루즈, 여러 휴양해변을 갖고 있다.

우리 닮은 점도 많아 놀랐고, 사우디 가기 전 떠올렸던 이미지가 산산히 부서지며 반전의 쾌감을 느낀다. 사우디가 놀러가자고 내민 손, 주저 없이 잡아본다.

함영훈 기자

■한국 여행기자 첫 사우디탐방 글 순서 ▶2022년 12월21일자 [칼럼] 사우디의 재발견, 클릭 ‘새로고침’ ①사우디에 이런 면이? 진짜 우정, 여행교류는 ‘제3 중동붐’ ②정(情) 문화 ‘하파와’..8000㎞ 거리 韓-사우디 많이 닮았다 ③리야드 즐겨찾기, 블루바드·킹덤센터·옛도성 3색 매력 ▶12월27일 ④신비의 사우디 알울라..“어서와, 우리집은 처음이지?” ⑤사우디의 세계유산들..제다 알발라드, 최대 암각화군 ⑥함께 가는 韓-사우디, 왕세자·공주·원희·루디의 꿈 ▶2023년 1월3일 ⑦사우디 산호초 구경, 난파선 다이빙..홍해레저의 메카는? ⑧사우디 여성들 한국인 밝히자 “꺄르르, 와~” 우정 표현 ▶1월4일 ⑨사우디 최고 여행지, 제다 알발라드 정밀 탐방기 ⑩석유붐에 쇠락한 알발라드, 非무슬림 묘지의 애상 ⑪제다 고택 내부 3㎞ 쇼생크탈출로, 당황한 예비신부 ▶1월10일 ⑫빗장 푼 성지 메디나, 힐링 여행지 같은 활기 ⑬메디나 성지 면세, 건강 성수..근엄해도 명랑했다 ⑭‘홍해의 공주’ 제다, 볼거리·놀거리 팔방 미인 ⑮사우디 캅사·램, 침샘 자극, 치킨은 한국과 경쟁? ▶지면기사 인터넷판 〈2022년 12월27일자〉 ▷대자연이 감싼 알울라...오아시스 품은 문명을 만나다 ▷사막 도시에 꽃 피울 K-문화관광...확장·진화하는 한-사우디 교류 〈2023년 1월10일자〉 ▷빗장 열린 성지, 부활하는 히자즈 문명 ▷물위의 모스크-312m 분수-일품요리들...제다 가이어(제다는 다르다) ▶포토뉴스 사우디= 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