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은 도시가 발달하면서 사람과 물자의 대량 수송을 촉발했다. 증기기관차 발명으로 철도가 완성되고, 단거리 이동을 위해 증기자동차가 1826년부터 상업운전을 하면서 보급되기 시작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석탄가스를 거쳐 가솔린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후 1897년에야 벤츠에 의해 최초 제작됐다. 이후 증기자동차, 전기자동차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주행거리 제한이 적은 장점으로 시장에서 인기를 얻었다.

이렇게 태동된 자동차 산업은 1908년 포드자동차가 생산한 ‘모델T’에서 대변혁기를 맞는다. 자동차의 가격이 대량생산과 분업체계로 4분의 1 수준까지 낮아져 자동차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 1920년대 텍사스 유전개발로 연료 가격이 낮아지고, 미국 각지에 주유소가 개설된 것도 자동차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증기자동차와 전기자동차는 점차 사라져 1920년대 후반 이후 점차 생산이 중단되고, 내연기관 자동차가 시장을 평정하게 된다.

이때부터 미국과 일본이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며 세계경제를 오랫동안 이끌어 1950년 800만대, 1972년 3000만대, 2007년 5000만대 규모로 성장하다가 2018년 9798만대를 정점으로 정체되고 있다.

자동차 보급이 늘면서 전 세계 석유의 45%를 소비하는 자동차는 더욱 가혹해진 배기 규제를 기준을 만족해야 했다. 유럽은 매연과 질소산화물을 최소화하고 소음과 진동 문제도 해결한 디젤 승용차로서, 일본은 소형 가솔린엔진과 배터리기술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맞섰다. 시장에서의 반응도 좋아 내연기관차는 순탄했다.

그러나 2015년 디젤게이트가 터졌다.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제작사인 폭스바겐이 디젤엔진 배출 가스양을 조작해 판매해온 사실이 뒤늦게 발각된 것이다. 내연기관에 대한 신뢰가 급속하게 무너지고 전기차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폭스바겐은 결국 내연기관차를 포기하고 전기차 전환을 선언했다. 주요국들은 탄소중립 정책을, 유럽연합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금지 조치를 단행하면서 친환경차로서 전기차가 급부상했다. 전기차의 급속한 전환에는 테슬라와 중국의 역할도 매우 컸다. 2003년 창업한 테슬라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전기차를 미래차 혁신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중국은 내연기관차 보다 상대적으로 기술 장벽이 낮은 전기차에 집중하고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통해 산업을 육성하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50%를 차지하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크게 줄고 제조원가에서 배터리의 비중이 몹시 높다. 더구나 배터리는 중국, 한국, 일본 기업들만 생산하고 있어 지금까지 자동차산업을 주도해오던 유럽과 미국에서는 수입해야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급기야 지난 8월 미국이 자국의 전기차 산업 보호를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제정해 보조금 차등 지급으로 리튬 등 주요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전기차 생산을 지원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유럽연합도 전기차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생각보다 빠른 전기차 전환으로 자동차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변하면서 지난 130여년 동안 구축된 자동차 산업은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큰 역할을 해왔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온 국가의 역량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의 경제와 산업, 더 나아가 국가 간 동맹과 외교를 동원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강건용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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