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녕과 평안의 고을 ‘무안’

긴 해안선이 보여주는 다채로운 붉은노을

버스킹·인문학특강 등 ‘청년 기살리기’ 축제

S라인 굽이쳐흐르는 영산강 식영정의 서정

다산의 친구이자 스승인 초의선사 발자취

갯벌스테이·분청사기·통발낙지로도 유명

무안 톱머리해안 낙조
무안 톱머리해안 낙조

‘다정무안(茶情務安)’

무안은 유네스코 자연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중심지 다운 면모, 긴 해안선이 보여주는 다채로운 노을 풍경이 압권이다.

내륙으로 조금 들어가면 S라인 굽이쳐 흐르는 영산강과 강변 누각, 왕건-견훤 간 최후의 일진일퇴 족적, ‘한국의 다빈치’ 다산(茶山)에게 종교사상과 구증구포 제다(製茶)법 등을 가르친 천재 사상가 초의선사의 자취가 새겨져 있다. 미술관도 여럿, 인문-자연 양수겸장 여행지이다.

무안 YD축제
무안 YD축제

▶자연과 인문학 힐링에 청년 기살리기도=여기에 청년들 힘실어주기에 앞장서는 고을이다. 오는 28~30일 남악중앙공원 일대에서 무안 YD(Young Dream) 페스티벌을 연다. 버스킹, 일자리박람회, K-팝공연과 청년스테이지, 길거리농구, 댄스경연, EDM파티, 인문학특강, 청년가요제, 불꽃쇼가 열린다.

무안이 일로 매진하며 힘쓴(務:무) 것이 안녕과 평안(安:안)이라, 동쪽 일로-몽탄부터, 서쪽 해제-운남 까지, 선비 인텔리겐챠의 누각살롱에서 부터, 노을진 바다를 보며 가족들이 편안히 휴식을 취하는 톱머리 해안 파빌리온 까지, 무안의 모든 것은 편안하고 넉넉하다.

일로 북쪽 몽탄 이산리의 식영정은 영산강 건너로 ‘느러지’를 마주 보는 강변 절벽 언덕 위에 있다. 한호 임연(1589-1648) 선생이 무안에 터를 잡은 이후 학문을 연구하고 토론하기 위해 지은 정자이다.

대체로 호남의 현자들은 여말선초 두문동 반(反)이성계 농성 파동을 거치면서 이주해온 의리파가 많고, 올곧은 정책 제시 때문에 17세기 까지 사화와 환국의 희생양이 되어 낙향한 경우가 많았다. 그 만큼 식영정 같은 강변 철학 살롱들이 참 많다.

식영정 푸조나무
식영정 푸조나무

▶식영정 인문학, 국방 놀이터=이곳은 룸펜인텔리겐챠 선비들의 교유 흔적을 시문으로 남겨 잘 보존했다는 점, 견훤과 왕건이 대세를 가르는 최후의 승부를 벌인 곳이라는 점에서 여느 강변 정자에 비해 의미를 더한다. 제목을 붙여 읊은 시(문인도제영)를 남겨놓은 것만 해도 28명 92편에 이른다.

프랑스산이 아니라 순수 한국산인 550살 푸조나무가 호위하는 누각에 오르면, 영산강 몽탄수역 S라인 푸른 물과 왕건이 포위된 곳, 견훤이 전세역전당하며 퇴각한 지점을 한눈에 내려다 본다. 선비들은 이곳에서 시문을 나누다가 흥망성쇠의 이유들, 평안한 공동체 해법을 찾는데 힘썼을 것이다.

국민 안녕을 위해 힘쓴 고을에서 국방을 빼 놓을 수 없다. 몽탄면 밀리터리테마파크는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옥만호 장군이 건립한 호담항공우주전시관을 확대개편한 것이다. 옥 장군은 한국전쟁때 대위로서, 평양을 탈환한 주역 중 한 명이다.

6만여㎡ 부지에는 실물 항공기 11대와 전차, 장갑차 등 다양한 무기를 비롯해 그의 소장품, 전사(戰史)가 전시돼있다. 내부에는 미국 NASA와 러시아 등 세계 항공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각종 자료도 정리돼있다.

무안 선비들의 살롱, 영산강변 식영정
무안 선비들의 살롱, 영산강변 식영정

▶한국판 르느와르=무안의 오승우 미술관 역시 독특한 느낌이 있다. 오 작가는 1957년 조선대 졸업 후 4년 연속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입상하며 화단에 진출했다. 인상주의 화풍 속에 한국의 고궁과 베트남 풍경이 있는데, 마치 르느와르가 동아시아에 살며 그림을 그린 느낌이다. 오승우의 20세기 인상주의는 환타지로 이어졌다. ‘꽃과 소녀’ 연작은 흰색조가 파스텔톤으로 은은하게 깔리면서 화폭의 부드러움을 더한다.

이 미술관은 오 작가 외에 다양한 장르의 미술이 전시된다. 우리의 전통적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다시 배우는 것에 의미를 둔 설치미술, 오염된 식재료에 경종을 울리는 ‘나를 먹는 나’, 할머니 미이라를 소재로 수천년전 그녀에게 요즘의 니트웨어를 입혀보고 싶은 작가의 마음을 담은 설치예술도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 미술관은 삼향읍 초의길에 있는데, 그래서 미술관 옆엔, 나이는 어려도 다산의 친구이자 스승인 초의선사 탄생지가 있다. 그가 강진 백련사 도량에서 수행할 때, 백련사와 다산초당 사이 1㎞가 안되는 산책길은 유-불-선 정신인문학-실학-정치학-지방행정학 등 학문교류의 장이었다. 다산은 초의에게 세속의 정치논리와 거버넌스를 얘기하면, 당대 최고 천재학승이던 초의는 정신철학, 종교학, 신학이 인간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일러주었다고 한다.

초의선사 생가
초의선사 생가

▶맑은 초의선사, 건강한 갯벌스테이=다산이 초당에서 500책을 저술할 만큼 학문적 전성기를 보낸 것은 초의선사의 도움이 지대했다는 평가다. 특히 큰 형 뻘인 정약용이 초의선사에게 차 좀 달라고 너무 자주 조르니, 결국 제다법도 가르쳐줬다고 한다.

사립문 틈으로 본 초의 생가 너무도 소탈하다. 이에 비해 그의 족적을 귀감으로 남긴 기념관은 기와집으로 근사하게 지어놓았다.

이제 무안에서는 ‘갯벌 스테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됐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갯벌중 ‘십자로’ 위치에 있는 무안 황토갯벌랜드가 숙박체험도 시작했기 때문이다.

갯벌과 관련된 축제와 행사때엔 어김없이 많은 가족과 어린이 청소년들이 체험을 했던 이곳은 2001년 전국 최초로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2008년에는 람사르습지 및 갯벌도립공원으로 등록됐다. 무안습지는 신안습지와 연결돼 있다.

생태갯벌과학관, 갯벌생태공원, 분재전시관 등 에듀테인먼트 전시관 외에 힐링과 치유의 캠핑장과 문화예술 콘텐츠와 볼거리를 더욱 확충했다. 매년 계절을 바꾸어 찾아드는 도요새 등 철새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무안 갯벌놀이
아이들의 무안 갯벌놀이

▶3색 붉은 노을 무안=무안 갯벌이 ‘검은 비단’이라면, 무안 황토는 건강 게르마늄 성분을 많이 함유해 ‘먹는 산소’라는 별칭을 얻었다. 무안 분청사기는 청자, 백자와 함께 국내 3대 도요예술 장르 중 하나이다. 무안 통발낙지는 깔끔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동쪽 몽탄-일로에서 출발해 이제 서쪽 해안선이 긴 무안의 다채로운 노을 풍경을 볼 차례이다. 무안 노을길은 망운면 송현리 조금나루 해변에서 현경면 봉오제 간 총 연장 11㎞ 구간이다. 만남의 길, 자연행복 길, 노을 머뭄 길, 느리게 걷는 길, 등 4개의 산책로에다 송림숲 공원, 낙지공원, 전망대 쌈지공원도 조성돼 있다.

무안의 노을은 섬 사이로 해지는 해제가 다르고, 하구의 호위 속에 노을이 지는 홀통(함평만 경계)이 다르며, 바다인지 육지인지 모를 곳으로 해 떨어지는 톱머리가 다르다. 무안 노을을 다 보려해도 세 번은 와야한다.

자기 자랑에 인색하던 무안이 목포-신안과 손잡고 합동 관광프로모션에 나섰다. 문예, 미식, 관광, 청년 기살리기로도 국민 안녕에 힘쓰겠다(務安)는, ‘다정해진 무안씨’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