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와 내한
‘음악 동지’ 피아니스트 김선욱 협연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제 나라가 침략의 피해자가 되고, 공격의 타깃이 되는 것은 음악가이자 한 명의 인간인 제 삶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우크라이나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는 “정치에 관해선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은 모두 알다시피 비극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키릴 카라비츠는 다음 달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을 방문, 11월 5·8일(예술의전당), 10일(대구콘서트하우스), 11일(아트센터인천)에서 관객과 만난다.
그는 내한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장기간의 전쟁은) 비극적 상황이지만,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문화가 세계적으로 보다 알려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우크라이나 작곡가들의 음악을 널리 알리는 것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 실감하고 있고,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내한공연에선 그의 오랜 음악적 동지인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한 무대에 선다. 두 사람은 2009년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에서 처음 만나 오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함께 첫 무대를 했을 때 김선욱의 연주와 음악성에 압도됐어요. 이후엔 가까운 친구가 돼 정기적으로 함께 공연하고 있어요. 본머스 심포니와 유럽 지휘 데뷔를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응원하고 격려하기도 했고요.” 올해로 13년째 본머스 심포니의 상임 지휘자로 이끌고 있는 카라비츠는 지난 2015년 김선욱에게 연주회의 앙코르 무대 지휘를 맡기기도 했다.
카라비츠와 김선욱은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11월 5일) 과 4번(11월 8일)을 연주한다. 악단은 슈베르트 ‘이탈리아풍의 서곡’, 멘델스존 ‘교향곡 4번’(11월 5일), 베토벤 코리올란 서곡, 베토벤 교향곡 7번을 들려준다.
카라비츠는 “김선욱이 제안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두 곡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짰다”며 “19세기 음악에 대한 베토벤의 영향력과 그의 음악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카라비츠와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는 이번 내한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유럽연합(EU) 유스 오케스트라 출신 단원들이 1981년 창단한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는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 각지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이 모인 악단이다. 음악감독이나 상임 지휘자 없이 활동, 단원들의 단단한 앙상블이 빛을 발하는 세계 정상급 실내악단이다. 이번 내한은 4년 만이다.
카라비츠는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는 창단 이래 고전 레퍼토리 연주의 기준점이 돼왔다”며 “현재의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의 연주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는 처음 지휘하지만, 단원들은 개인적으로 많이 알고 있어요. 이들과 함께하는 연주가 굉장히 기대됩니다. 사실 이번 투어의 리허설은 한국에서만 진행될 예정이에요. 저도, 오케스트라도 리허설에 굉장히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요.”
공연을 앞두고 한국 관객과 만나는 소감도 잊지 않았다. 카라비츠는 “한국 관객은 세상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열광적인 관객이다. 한국에서의 공연은 언제나 기쁨으로 다가온다”며 “기회가 된다면 보리스 리야토신스키(Borys Lyatoshynsky)의 교향곡과 같은 우크라이나 음악가의 작품도 소개하고 싶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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