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칼바람 불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여의도 정가에선 ‘가을은 사정정국’이란 예언이 떠돌았다. 취임한 새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이고 지지율이 받침이 안 될 경우 과거 정권을 향해 수사·조사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었다. 실제로 윤 대통령과 경쟁했던 대선 경쟁자는 기소됐고, 이외에도 검찰과 감사원, 경찰, 국세청까지 가세해 전 정부 인사들과 야당 대표, 비판 언론에 대한 수사·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칼바람’ 사정정국을 통해 대통령 지지율을 높이는 것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제일 큰 문제는 경제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가장 큰 경기불안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고용 문제는 구직자들에게, 수입물가 폭등은 수입상에게, 대출금리 폭등은 대출자들에게 큰 문제지만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은 모든 국민의 공통 고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서비스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올랐다. 200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품목별로는 서비스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서비스물가가 6.4% 올랐는데 특히 개인서비스 중에서도 외식물가가 9% 상승하며 30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거시경제 문제도 심각하다. ‘사상 처음’이란 수식어와 함께 켜지는 경기 경고등도 이곳 저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며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327억달러를 기록했다. 무역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1956년 이후 최대 규모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진 것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일차적 원인이고, 반도체 시황 악화도 한몫 거들었다. 공교롭게도 첫 대중(對中)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달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5월이다. 미국이 달러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면서 한국이 가진 외환보유액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월 발표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4167억달러다. 8월 말에 비해 196억달러나 줄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던 2008년 10월(274억달러 감소) 이후 13여년 만에 최대폭의 감소다.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원화 가치 급락 상황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이 달러를 시중에 풀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어섰다. 한은은 벌어진 원-달러 금리차 축소를 위해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증시에선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투매하며 투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전임 정부가 전례 없었던 코로나19 상황에서 역대급 재정정책을 펴 재정수지가 악화된 데 따른 해법도 현 정부의 몫이고, 수출로 먹고살던 한국 경제가 전례 없는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를 경험하는 문제 역시 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정치권이야 ‘전 정부 탓’이 가능하겠지만 국민의 삶은 연속적이다. 모든 현재의 정권은 전임 정권의 공과 과를 모두 받아 현재 상태에서 최선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확언컨대 지지율 30%대의 대통령이 지지율 상승을 꾀해야 할 지점은 정치가 아닌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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