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국vs미보유국 충돌 동북아 상황 인식
NPT 포기 못하는 韓, 한미동맹 선택지 밖에
“외교적 접근” 美…“대북정책 실패” 비판도
日 군사훈련 거부감…한일 국장협의 ‘속도’
尹 “핵 위협 앞에서 어떤 우려가 정당화되나”
[헤럴드경제=강문규·최은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잇따른 미사일 도발은 ‘전술핵 운용 부대’들의 군사훈련이었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한미 양국을 ‘적들’로 언급, 대화 단절을 재차 강조했다. ‘비핵화 협상’을 전제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로드맵 ‘담대한 구상’이 동력을 갖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지만 11일 윤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실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할 수 없는 한국의 선택지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3자 안보 협력밖에 없다는 판단이지만 이마저도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미국은 여전히 ‘외교적 접근법’을 강조하고 있지만 강력한 대북 압박 수단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교적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북한이 이미 이겼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대통령실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일 보도를 통해 9월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잇따른 미사일 도발이 조선인민군 전술핵 운용 부대들의 군사훈련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남북,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을 차단했다. 김 위원장은 “적들이 군사적 위협을 가해오는 속에서도 여전히 계속 대화와 협상을 운운하고 있지만 우리는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발표한 대북 정책 로드맵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은 사흘 뒤 즉각 거부의사를 밝혔고, 9월8일 ‘핵무력 법제화’에 나선 후 약 한 달간 전력화에 힘을 쏟아 “목적하는 시간에, 목적하는 장소에서, 목적하는 대상들을 목적하는 만큼 타격소멸할 수 있게 완벽한 준비태세”(조선중앙통신)를 자신했다.
이에 ‘비핵화 협상’을 전제로 한 담대한 구상은 사실상 실효성을 상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윤 대통령은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1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비핵화는 30년간, 90년대 초반부터 우리도 전술핵을 철수하고 한반도 전체 비핵화 차원에서 추진됐는데 북한이 꾸준히 개발하며 고도화해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상대로 핵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핵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담대한 구상’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10일 대변인실 명의를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엄중한 안보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제대로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현재의 동북아 안보 현실을 ‘핵무기 보유국’과 ‘미보유국’ 간의 무력 충돌로 보고 있다.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 우려가 커지고, 중국이 대만 침공 우려에 북한의 7차 핵실험 강행 의지를 보이는 상황이지만 한국이 NPT 체제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한미동맹과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이 유일한 선택지이며, 특히 한미 간 확장 억제를 통해 북한의 도발 대응과 도발 의지 자체를 억제할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전략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북한의 핵 위협은 ‘억제’하고 핵 개발은 ‘단념’시키며 외교와 ‘대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비핵화 접근법에 따라 한미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4년 8개월 만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미 현실화 된 북핵 위협에 미국의 확장억제가 자위적 수단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우리도 전술핵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통령으로서 이렇다 저렇다 공개 입장을 표명할 문제가 아니고 조야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김 위원장이 대화를 거부한 데 대해 “우리는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에 계속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이 대화에 관여할 것을 촉구한다”며 ‘외교적 접근’을 강조했다. 다만 미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러한 미국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앙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핵정책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우리는 반응하고 나서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냐”며 “북한은 이미 이겼다”고 지적했다.
한미일 3국 동해 합동 훈련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도 대통령실에는 부담이다. 강제동원 문제 등 한일 관계 개선이 뜻대로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과의 독도 인근에서 군사 훈련은 국민적 정서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당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본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하는 행위라며 “일본군의 한반도 진주,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의 필요성은 있지만 군사협력 강화에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핵 위협 앞에서 어떠한 우려가 정당화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미일 안보 협력은 필수적인 상황인 만큼 국민적 동의를 자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에도 분주히 보폭을 맞추고 있다. 강제동원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한일국장협의가 46일만인 11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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