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감염자 오른손등 골절수술 거부 병원 진정당해

인권위 “합리적 이유 없이 수술 거부…평등권 침해”

국가인권위원회. [헤럴드경제DB]
국가인권위원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병원이 환자의 수술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HIV 감염인의 수술을 거부한 A병원에 대해 HIV 감염인 진료를 위한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6월 HIV 감염자라는 이유로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했다는 진정을 접수했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다.

진정인인 A씨는 오른손 손등을 다쳐 B병원에서 응급진료를 받은 후 골절 수술을 받기 위해 다시 같은 병원 정형외과를 찾았다. 수술 전 혈액검사에서 HIV 양성이 나오고 의료진에 HIV약을 먹고 있다고 하자, 병원 측에서는 ‘추적관찰 중인 병원으로 가라’며 수술을 해주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해당 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HIV 감염인 수술을 하고 나면 비말 전파 등을 통한 전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소독을 위해 수술실을 일정 시간 폐쇄해야 하는데, 하루 6개 수술실에서 20개가 넘는 수술이 톱니바퀴 돌아가듯 진행되고 있어 수술실을 폐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HIV나 투석환자처럼 흔하지 않은 만성질환은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환자가 다니던 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을 권유하는 게 통상적이고, 수술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A씨에게 전원을 권유했을 뿐 차별적 의도는 없었다고도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병원이 합리적 이유 없이 수술을 거부했다며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질병관리청의 HIV 감염인 진료 지침에 따르면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표준주의 지침을 준수할 경우 혈액 매개 병원체를 보유한 환자의 수술을 위해 별도의 장비나 시설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서도 A씨 수술을 위해 특별한 도구나 약품 등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데도 다음날 예정된 수술을 거부하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안내한 것은 합리적인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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