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위원회가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26일 국가인권위원회 제13차 전원위원회에서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및 촉법소년 상한 연령 조정에 대한 의견표명’ 안건에 대한 논의가 시작하자마자 위원들의 찬반 공방으로 회의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촉법소년은 범죄 행위를 저지른 만 10~14세 청소년이다. 형법은 만 14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형사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형사미성년자로 봐,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형사처벌 대신 소년원 송치 등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한 소년범죄가 증가하고 언론에 청소년에 의한 강력범죄들이 보도되면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법무부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촉법소년 연령기준을 하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으로, 다음달 구체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권위는 2007년과 2018년에도 촉법소년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적이 있다. 촉법소년 연령기준 하향은 소년의 사회 복귀를 강조하는 국제규범 흐름에 맞지 않고 소년범죄 예방 효과도 적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4년 만에 다시 테이블에 올라온 촉법소년 안건에 인권위원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갈라졌다. 송두환 위원장을 비롯해 참석 위원 10명 중 8명이 기존 인권위 입장대로 연령기준 하향에 ‘반대’ 의견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시대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이상철 상임위원은 “최근 아동의 정신적·육체적 성숙도를 감안하면 인권위가 국민의 감정을 도외시한 채 스탠스(입장)를 유지하는 게 맞는지 상당히 의문”이라며 형사미성년자 연령 유지 주장에 문제를 제기했다.

판사 출신인 이 위원은 “형사연령을 낮추면 무조건 형사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검사나 판사가 보호처분을 결정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제도를 유지해버리면 13세가 살인을 저질러도 2년 소년원 송치 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석훈 비상임위원도 “소년범죄, 특히 강력범죄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사회를 방어할 수단을 추가해야 한다”며 “12세, 13세도 쇠고랑을 찰 수 있고 감방을 갈 수 있다고 하면 (범죄를) 주저하게 만드는 일방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의 촉법소년 논의에서 이 같은 소수의견이 등장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만 14세 미만 아동에 의한 강력범죄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두 위원은 처벌에 초점을 맞추자는 게 아니라 최근 현상에 대응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나머지 위원도 소년범죄 예방·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구조·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

인권위는 조만간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 관에게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국회와 정부는 이를 단순히 반대 의견으로 볼 게 아니라, 소수의견의 배경과 전반적인 논의 내용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도 같이 깊게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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