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후유증 쓰레기더미에 몸살앓는 지구…플라스틱 트리 대신 친환경·재활용품…장난감 대신 책 선물을

12월의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반짝이는 전등들이 연말을 알린다. 화려한 오너먼트로 치장한 크리스마스 트리들이 2014년 막바지로 향하는 가슴을 더욱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바야흐로 크리스마스 시즌이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먼지가 겹겹이 쌓인 창고에서 상자 하나를 연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보낸 후 아무렇게나 넣어둔 장식들이 얽히고 설켜 줄줄이 달려 나온다. 집안 곳곳에 화분을 트리 대신에 장식할 셈이다. 문득 지나가다가 본 ‘요즘’ 오너먼트들과 트리들이 아른하지만 다 돈에다가 갖고 있는 장식들을 처리하려치니 더 머리가 아프다.

식탁과 거실 테이블에 모 행사에서 기념품으로 받았던 소이캔들을 놓았다. 벽을 뚫고 들어온 한기에 냉랭했던 집에 온기가 감돌고, 분위기도 한층 더 나아졌다. 욕심을 버렸더니 쓸데 없이 나가는 돈도, 쓰레기도 없지만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설렘은 그대로다.

지구는 언메리(unmerry)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란 말이 설레지 않는 이 있을까. 고사리손으로 트리를 만들고, 뜬 눈으로 산타클로스를 기다렸던 이브날의 밤은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유년기의 추억이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트리와 각양각색의 선물들은 우리에게 늘 기쁨과 즐거움을 주지만, 동시에 지구의 환경을 위협하기도 한다.

온 나라가 크리스마스 축제 분위기로 물드는 미국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난 후 발생하는 대량의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연말이 미국 전역의 쓰레기 성수기’라며 크리스마스 이후 쓰레기 문제를 꼬집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에 선물 포장, 와인병, 크리스마스 트리 등으로 상당한 규모의 쓰레기가 쌓이는데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쇼핑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쓰레기량은 더욱 증가한다고 보도했다.

다행히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선물 포장을 최소화하고, 종이 카드 대신 이메일 카드를 발송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등 친환경적인 자각에 기반한 소비트렌드가 등장한 것이다. 사람도, 지구도 함께 행복한 ‘메리 크리스마스’를 위해 ‘그린 크리스마스’를 보내려는 움직임은 해를 거듭할 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트리가 변했다

크리스마스에는 트리가 빠질 수 없다. 트리용 나무를 쉽게 구하기 힘든 국내에서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트리를 주로 사용한다. 플라스틱 트리는 물론 오래가지만 재활용이 힘들다.

물론 진짜 전나무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긴 하다. 나무는 자라면서 공기 중 탄소를 제거하기 때문에 어느 대안보다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가격대가 비싸고, 쉽게 처분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 트리는 ‘트리 나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면 되잖아?

시카고의 한 디자인 회사가 선보인 보드지 크리스마스 트리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재활용이 가능하고 가벼우며 부피가 적은 보드지로 만든 트리의 판매금액의 일부는 나무를 심는 비용으로 기부 된다고.

대형 트리도 환경에 대한 고민을 담는다.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본점 앞에 친환경 트리를 선보이고 있다. 오스트리아 글로벌 축제 장식 전문기업과 함께 유럽 친환경 인증 천연 소재를 수작업으로 제작한 원형 실타래 형태의 공 60여 개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가정에서도 다양한 플라스틱의 대안을 구할 수 있다. 가장 쉽게는 트리 대신 집에서 키우는 대형 화분을 이용하거나, 친환경 트리의 일환으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패브릭 트리 등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트리 장식은 한철 쓰다 버리기보다 되도록 따로 보관해서 매해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재활용품을 활용해 집에서 간단히 제작해서 사용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 중 하나. 가령 안쓰는 CD나 유리병 등을 활용해 전구 대신 트리에 ‘반짝이’로 사용하면 전기세 걱정까지 덜 수 있는 일석이조 오너먼트가 된다.

다시보자, 크리스마스 선물

주고 받는 선물은 크리스마스를 더욱 설레게 한다. 어린아이들이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도 산타가 주고 갈 선물에 대한 기대 때문일테다.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올해도 부모들은 인기있는 장난감 로봇과 인형을 사수하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몇 해 전 영국의 가디언지에는 아이에게 플라스틱 장난감 대신 책을 선물하자는 내용의 칼럼이 실렸다. 이 칼럼은 플라스틱 장난감은 운송거리가 길고(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재료로 만들어지며, 종종 값싼 노동력을 착취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하고, 후에 재활용이 가능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책이다. 해당 칼럼은 가령 영국의 가정에서 크리스마스에 플라스틱 선물을 3개 이하로 줄이고 대신에 책 선물로 대체할 경우 122kg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단 선물 뿐만이 아니다. 더 주의해야할 것은 ‘포장’이다. 무분별한 종이 포장으로 수십만 그루의 나무가 없어지고, 넘쳐나는 비닐 포장 탓에 지구가 숨쉴 공간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 종이 포장 대안으로 갈색의 재활용 포장지를 사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환경까지 생각한 의미있는 선물을 할 수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각종 명절에 ‘보자기’로 선물을 포장, 불필요한 포장재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