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5일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프로듀싱 계약을 금년말에 조기 종료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음을 발표했다. 몇시간 앞서 SM은 이수만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 조기 종료 검토’라는 제목으로 공시까지 했다.

SM의 이번 공시와 발표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SM 전체주식의 0.91%의 지분을 가진 소액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18.7%를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 이수만 프로듀서가 SM 전체 매출의 일정액을 인세로 챙겨가는 구조가 주가를 억누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얼라인 투자회사의 이런 압력과 공격으로 지난 3월말 열린 SM 주주총회에서 얼라인측이 제안한 인물을 감사로 선임하는 데 성공한데 이어 이수만 프로듀서와 SM간의 인세계약 방식에 압박을 가하는 데도 성공하는 듯하다. SM에서 필요하면 이수만 프로듀서를 사내 임원 취임 등의 형태로 고용하라는 말인데, 이는 과하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든다고 해서 CJ에서 직원으로 영입하지는 않는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SM으로부터 20년간 받은 1500억원이 많은 액수인지 따지기는 어렵다. 연평균 70억원, 세후로는 35억원 수준인 이 로열티는 많다고 보면 많고, 적다고 보면 적다. 그것을 체감하려면 살펴볼 게 몇가지 있다.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는 대체불가능하다. 공산품을 만드는 제조업과는 다르다. 크리에이터가 죽으면 끝이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문화콘텐츠 산업은 2세에게 물려줄만한 사업이 아니라고 한 말도 같은 맥락이다.

‘라이언킹’‘인터스텔라’ ‘듄’ ‘탑건:매버릭‘등의 영화음악을 만든 한스 짐머도 영화 한 편의 멜로디와 사운드를 만드는데 수십억원, 그 이상도 받는다. KBS 다큐멘터리 ‘슈퍼피쉬’의 송웅달 PD는 한스 짐머와 긍정적인 협업 대화가 오갔지만 개런티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창조한 故 스탠 리,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한 명의 뛰어난 창작자가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기업과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은 단지 돈으로 따질 수 없다.

그 다음은 이수만의 프로듀싱 작업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로듀싱 하면 어떤 음악을 발표하고, 디렉팅하는 행위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프로듀서의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문화콘텐츠는 세밀한 디렉팅 하나, 디테일한 표현 하나가 히트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프로듀서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모든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싱은 물론 문화와 기술의 결합을 바탕으로 한 미래 전략 수립, 글로벌 시장 진출, 부상하는 나라의 문화 컨설팅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아티스트의 구성, 팀 또는 아티스트 이름, 컨셉, 음악 방향, 스토리텔링, 퍼포먼스 등 모든 부분이 그의 아이디어와 세밀한 디렉션으로 출발하고 완성된다. 메타버스 트렌드가 부상하기 전, 이미 각 멤버와 소통하는 아바타가 있다는 세계관을 가진 메타버스 그룹을 기획해 에스파를 선보였다. 레드벨벳 뮤비 촬영장에서 슬기의 앞머리 길이까지 조정하라고 디렉팅을 할 정도로 디테일하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K-Pop이 전세계로 퍼져나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며, 지금도 중동, 몽골, 동남아 등에 문화 컨설팅을 하고 있다. 특히 몽골 총리는 몽골 미러링(모방)과 고비 사막 엔터테인먼트 돔 시티 구축이라는 이수만 프로듀서의 제안에 큰 관심을 보인다. 이쯤되면 단순히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수출하는 것이다.

이수만의 프로듀싱이 없는 SM이 과연 지금까의 실적을 유지하고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상장회사 주주들이 회사의 주가 상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행동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창작의 영역에 있는 프로듀서의 역할을 단지 비용의 문제로 해석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한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위험산업’이다. 데뷔만 하면 1등 하고 빌보드로 가는 게 아니다. 만약 ‘보아 일본 진출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면 SM은 문을 닫아야 했을 지도 모른다. 보아가 일본에서 처음부터 잘 나간 것은 아니다. 에이벡스에서도 초기 반응이 예상한 대로 나오지 않아 소극적으로 돼가는 상황에서 총괄 프로듀서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따라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위험성을 낮추는 경험과 혜안을 지닌 프로듀서의 도움은 절실하다.

문화산업 기업이 주주의 논리로만 굴러가는 데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칫 음악업계가 펀드들의 논리에 의해 먹힐 수도 있다. 문화산업이 잘되려면 문화와 산업이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해야 한다. 한 쪽이 한 쪽을 눌러버리는 형태는 위험하다. 이에 대한 논의는 글로벌 시장에서 잘 나가고 있는 대한민국 문화콘텐츠의 지속가능 대책 수립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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