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대는 천문 현상을 관측하고 연구하기 위한 시설이지만 그 단어에는 ‘별밤’에 대한 낭만이 걸려 있는 듯하다. 천문학자가 아닌 사람과 얘기하다가 천문대 이야기가 나오면 반응이 꼭 이 두 가지로 나뉜다. “천문대에 꼭 가보고 싶어요”와 “천문대에 가봤는데 멋졌어요”.
필자가 처음 가 본 천문대는 소백산 자락 1394m에 자리한 소백산천문대다. 이 천문대까지 올라가려면 죽령휴게소에 주차하고 천문대에서 운영하는 차량을 타고 가는 방법과 직접 산행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난 호기롭게 등산을 선택했다. 겨울산행은 처음이라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와 아이젠도 구입했다. 설산을 오르는 건 다리에 모래주머니 단 것처럼 불편했지만 눈꽃 가득한 겨울왕국을 거닌다는 느낌에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가지에 쌓여 있던 눈송이들이 확 날리면 마법의 가루가 뿌려진 것처럼 그 풍경이 또 다른 장면으로 전환돼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무사히 천문대에 도착했고 밤이 돼 어둠에 눈이 적응하자 눈앞에 별무리가 펼쳐졌다. 졸린 눈을 비비며 별자리와 성단 등을 익혔고,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나누다가 잠들은지도 모르게 뻗었다. 그후로 여러 번 천문대에서 밤을 지새웠지만 내게 천문대는 여전히 또 가고 싶은 곳이자 추억의 공간이다. 별을 보기 위한 곳이긴 하지만 사실은 우리나라가 관측에 좋은 환경이 아니기에 별 보기에 완벽하진 않다. 우리나라에서 맑은 날이 가장 많고 비와 눈이 적게 내리며 산 정상부의 기류가 안정적인 조건을 따져 만든 한국천문연구원 소백산천문대와 보현산천문대의 경우도 일 년 중 관측 가능한 일수가 평균 130~170일 정도다. 하와이 마우나케아산 정상이나 칠레 아타카마 지역의 평균 관측일 330일과 비교해보면 현격히 작다. 그래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가 연구용 천문대를 이 지점에 짓고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별 보기 좋은 곳을 알려 달라고 하면 필자는 지역 천문대를 우선 추천한다. 천문우주과학관협회 자료에 따르면 별을 볼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천문대는 전국에 70여곳이다. 우리나라 현대천문학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소백산천문대와 보현산천문대처럼 연구 중심인 공간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찾아가 관측하고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천문대나 시설이 도시별로 있다. 국공립 천문대도 있고 개인이나 단체가 운영하는 사설 천문대도 있으며 과학관이나 수련원에 천문관측시설이 있는 곳도 있다. 높은 산 위에 자리 잡아 산을 오르며 반딧불이를 마주칠 수 있는 천문대도 있고, 도심에 있어 퇴근하고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천문대도 있다.
선선하게 별 보기 좋은 계절이 왔다. 별이 보고 싶다면 날씨와 천문대 정보를 확인한 뒤 겉옷을 챙겨 천문대로 향해보길 바란다. 천문대가 낭만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별을 보기 위해 마음먹고 가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별을 보겠다는 약간의 희망과 기대를 품고 가는 곳이기에 여정 자체가 들뜬다. 날씨 행운이 따라 도심에서 못 본 또렷한 우주의 조각과 마주치면 감동이다. 물론 보지 못하는 날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면 그 핑계로 다음에 또 천문대를 찾으면 된다. 별은 당신을 기다려줄 테니까.
정해임 한국천문연구원 대국민홍보팀장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