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 3라인 본격 가동
7월 부터 P3 낸드 웨이퍼 투입, P4 착공 준비
경계현 “하반기 업황 좋지는 않아, 위기를 기회로 삼을 것”
“우선순위 정해 검토중” M&A 시사
[헤럴드경제(평택)=문영규 기자] “평택 P3(3공장)에 들어가는 철근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에펠탑 29개에 해당하는 철근의 양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최근 업황이 어렵다고 하는데 위기는 기회입니다. 최근 경쟁사와 기술 격차가 줄었지만 다시 늘려갈 겁니다.”(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장))
삼성전자 ‘반도체 초격차’의 본산인 경기도 평택캠퍼스. 최근 공사를 마친 P3가 지난 7월부터 본격 가동했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협력과 동맹 강화를 논의하고 반도체 초강대국을 선언한 바로 그 곳이다.
7일 삼성전자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으로 언론을 통해 공개된 평택캠퍼스 현장에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기반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웨이퍼도 전시되고 있었다.
양 정상이 방문해 둘러보기도 했던 인근 P1에서는 오버헤드트랜스포트(OHT)가 제조 공정별로 반도체 웨이퍼가 담긴 박스인 풉(foup)을 빠르게 옮기고 있었다. 웨이퍼를 24장 담을 수 있는 풉은 분당 300m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각 공정에 투입된다. 잠실 롯데타워를 눕힌 520m 길이의 라인에는 1850개의 OHT가 100% 가동되고 있다.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은 공장 내부를 돌아다니며 장비를 점검하고 유지·관리작업을 하고 있었다. 방진복의 색에 따라 각각의 업무가 구분되는데 흰색 방진복을 입은 직원은 본사 직원, 하늘색은 엔지니어, 짙은 파란색은 협력사 직원이다. 주황색은 환경안전담당 직원이다.
100% 자동화로 운영되는 평택캠퍼스는 대부분의 공정을 장비와 로봇들이 수행하고 있지만 일부 유지 관리에 사람 손이 필요한 곳이 있다. 바닥에 집진장치가 설치돼 먼지를 빨아들이며 최대한 청정한 ‘클린룸’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세한 먼지까지 모두 제거할 수 있도록 사람이 손수 대걸레를 밀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낸드플래시와 D램을 생산하고 있다. P2와 P3에서는 D램과 낸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생산된다. P3는 지난 7월 낸드 양산 시설을 구축하고 웨이퍼가 투입됐다.
“초격차 이어질 것” 시장지배력 강화 방안은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시설인 평택캠퍼스는 삼성전자 ‘반도체 초격차’의 본거지다. 삼성전자는 최근 기흥캠퍼스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을 개최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R&D는 물론 제조 역량까지 강화하고 있다.
1992년 메모리반도체 1위에 오른 이후 30년 간 시장 내 1위를 유지하고 있고 낸드의 경우 2002년 점유율 1위에 오른 이후 20년 간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이번 P3 본격 가동을 통해 경쟁사들의 추격에 대응하고 시장지배력도 더욱 강화할 것이란 기대다.
경계현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5~10년 전만 해도 (경쟁사들과)실질적으로 격차가 많이 있었지만 좀 줄어든 건 사실이다. 예전보다 R&D 투자를 적게 한 영향”이라면서도 “R&D 신규 투자 등 개발에 자원을 더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황 전망에 대해 “사업이 어렵고 올 하반기도 좋진 않을 것 같다. 내년도 현재로 봐도 좋아질 모멘텀은 보이진 않는다”면서 “위기는 기회다.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독점하거나 정해진 투자를 조절하는 등 우리 위치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P3에 극자외선(EUV) 공정기반 D램과 5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 등 다양한 첨단 시설을 확대 구축할 계획이다.
P4 착공준비, “삼성 파운드리 달라져 있을 것”
삼성전자는 최근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통해 시장 선두기업인 대만 TSMC를 기술력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경계현 사장은 고객들의 평가에 대해 “4, 5나노 공정은 TSMC보다 개발 일정과 성능이 뒤져있었지만 2세대 3나노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며 “3나노는 적극 개발하고 4, 5나노도 이전보다 성능과 비용을 개선하는 작업을 해 내년 말께는 삼성 파운드리의 모습이 지금과는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P3 가동에 이어 P4 착공을 위한 준비작업에도 착수한 삼성전자는 인근에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착공 시기와 적용 제품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향후 6개 라인 완공으로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 등 목표를 달성하고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핵심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의 빠른 추격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 사장은 “(경쟁사보다)적어도 확실히 한 세대 앞서있으면 기본 비용에서 10% 이상 차이나고 가격은 10% 절감 가능하니 경쟁사들과 20% 이상 격차를 벌일 수 있다”며 “이것이 우리가 해왔던 방식이고 앞으로도 이렇게 해나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에서 1위를 달성하는 비전에 대해서도 “경쟁사 주요 고객을 삼성 파운드리로 모셔와 주요 고객에서 이기는 방법이 여러개 있다”며 “고객들이 원하는 캐파(생산)를 제공하는 일들을 해야겠지만 전체 매출에서 1등이 아니라 내용적인 1등을 달성하는 방법도 있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인수합병(M&A)과 관련해서는 “삼성 반도체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M&A가 있을 수 있다”면서 “ M&A를 모색하고 있으며 우선순위를 정해 검토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올해 논란이 됐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2200에 대해선 “SoC(시스템온칩) 인력만 놓고 보면 경쟁사의 3분의 1밖에 되진 않는다”며 “전체적으로 개발한 것을 보고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 “어려움이 없진 않아”
반도체 산업은 최근의 미·중 간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반도체 지원법을 마련한 가운데 미 법안의 독소조항이 중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제한할 수 있어 우려된다.
경계현 사장은 이와 관련해 “미중 갈등이 사업에 어려움이 없진 않다”며 “장기적으론 중국에 새로운 설비를 증설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전체 IT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고 중요한 고객이 많아 이런 시장을 놓치긴 어렵다”며 “‘중국에 먼저 이해를 구하고 미국과 협상을 했으면 좋겠다’는 우려사항을 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 지원법을 만들고 투자 유치를 위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생산 시설 확대 계획)현재로선 확정한 것은 없지만 다방면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당부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항상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고 파운드리 분사와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평택캠퍼스에는 임직원 1만여 명과 협력사, 건설사 직원 6만여 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협력사 환경안전 역량 향상을 위해 지난달 1700평 규모로 연인원 38만명에 대한 교육이 가능한 ‘평택 협력사 환경안전 아카데미’를 오픈하고 안전 교육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상현실(VR) 기기를 도입해 안전사고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며 “최근 고용노동부 관계자들도 이곳을 방문해 체험을 했다”고 말했다.
ygmo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