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자격 완화로 해외 업체 진입 장벽 사라져
국내 철도 산업 붕괴 자명…제도적 보호 필요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국내 철도차량 부품업체들이 해외 업체의 국내 고속철도 시장 진출과 관련해 입찰 제도 개선을 호소하고 나섰다.
철도차량 부품산업 보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일 ‘국내 철도부품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호소문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 등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경쟁을 명분으로 해외 업체의 무분별한 국내 고속차량 사업 입찰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어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지 숙고해 달라”고 밝혔다. 호소문에는 191개 국내 철도차량 부품업체들이 서명했다.
비대위가 호소문을 발표한 배경에는 스페인 철도 차량 제작사인 ‘탈고(TALGO, Tren Articulado Ligero Goicoechea-Oriol)’의 국내 시장 진출이 자리한다. 탈고는 국내 철도차량 제작사인 A사와 컨소시엄을 맺고, 코레일이 발주한 136량짜리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EMU-320 입찰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 업체들은 “최근 고속차량 발주 사업의 입찰참가 자격조건이 완화되면서 해외 업체의 국내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발주 물량이 해외 업체에 몰릴수록 국내 산업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탈고는 동력집중식 고속차량 제작 업체로, 코레일이 입찰에서 요구하는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에 대한 제작·납품 실적은 전무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국내 철도차량 입찰 제도는 응찰가를 가장 낮게 적어낸 업체가 수주하는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하고 있다. 철도업계 안팎에서는 이 제도가 입찰 업체의 기술력이나 과거 납품 실적 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 입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저가 중국산 부품 등이 해외에서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부품 업체들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품질 개선에 대한 유인도 없어진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해외 사례를 들며 국산 고속차량 기술 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실제 유럽의 경우 시행사가 발주를 하면 입찰 초청서를 발송한 업체들만 입찰 참여가 가능하다.
여기에 자체 규격 규정인 ‘TSI(Technical Specifications for Interoperability)’라는 규제 장벽으로 비유럽 국가의 진입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스페인 역시 자국에서 발주한 철도차량 사업에 해외 업체가 참여하려면 전문성이나 무역 관련 요구 사항 등 전문 제작 활동을 위한 적합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중국은 철도차량 입찰 참여 시 자국법인과의 공동응찰을 의무화하고, 완성차는 70% 이상, 전장품은 40% 이상의 자국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은 입찰 시 재료비의 현지화 비율을 70% 이상으로 정했다. 일본도 해외 업체의 시장 진입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부품 업체들은 “철도부품산업은 우리나라 철도 산업의 근간으로 ‘철도 주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품제작사가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내 시장을 보호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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