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1년만 두차례 가격인상 진영 분할
비시멘트 계열 레미콘사 건설사와 공동대응
수직계열화 시멘트 계열사 이래저래 눈치만
1년만에 2회의 시멘트가격 인상이라는 위기가 닥치자 레미콘업계가 시멘트사와 비(非)시멘트 계열사구도로 진영이 갈리고 있다.
비시멘트 계열 레미콘업체들은 건설사와 공동 대응에 나서는 등 가격인상 저지에 분주하다. 하지만 시멘트그룹 관련 수직계열 관계에 있는 회사들은 제 목소리도 내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는 상황이다.
레미콘업계는 지난 4일 건설업계와 공동으로 시멘트 단가인상 관련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대한건설협회와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 주요 건설사 외에 비시멘트 계열 레미콘사와 경인레미콘조합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시멘트사의 단가인상 추진에 정면 맞대응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정부에 시멘트 단가인상의 부당함을 알리고, 시멘트사의 불공정행위 발생 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즉시 신고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시멘트 회사가 단가인상을 결정해도 레미콘업계가 크게 반발할 여력이 없었다. 레미콘사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어서 공급사를 상대로 한 가격협상력이 떨어졌기 때문. 가격인상을 반대하는 레미콘사에 시멘트사가 물건을 주지 않으면 당장 타격을 입는 구조다. 이로 인해 시멘트사의 가격인상 방침은 거의 고스란히 수용돼 왔다.
올핸 사정이 이와 다르게 흘러가는 것은 이례적으로 시멘트가격이 연내 두번이나 올랐기 때문. 올 초 시멘트회사들은 유연탄 등 원자재값 인상을 이유로 15% 가량 단가를 인상했다. 지난해 7월 5.1% 단가를 올렸던 것까지 감안하면 1년 1개월 사이에 3차례나 단가를 올리게 되는 것이다.
시멘트업계는 원자재값 부담과 물류비용 증가 등을 단가인상 요인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레미콘, 건설 업계의 지적은 다르다. 시멘트업계가 가격인상 근거로 든 것은 호주산 유연탄 시세지만 실제 구매가격은 시세보다 훨씬 낮고, 국내 업체들은 러시아산을 주로 활용해 왔다는 것이다.
호주산 유연탄은 t당 가격이 지난해 평균 137달러에서 올해 2/4분기 376달러로 174% 올랐다. 환율까지 감안하면 실부담 유연탄 비용은 200% 올랐다는 게 시멘트사들의 주장이다.
반면 레미콘, 건설 업계는 국내 시멘트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산 유연탄을 사용해왔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산 유연탄값은 지난 2월 1t당 206달러에서 지난 6월 183달러까지 내려갔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는 “건설업계가 추산하는 시멘트사의 실제 유연탄 구매가격은 1t당 233달러 선”이라며 “이는 상반기 가격인상분을 감안했을 때 시멘트사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 강조했다.
비시멘트 계열 레미콘사들과 건설업계는 이번 기회에 시멘트값 산정구조를 공개하라 요구했다. 건설사들은 향후 유연탄가격 하락 시 시멘트가격도 내릴 것인지 언급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례적인 레미콘·건설 업계의 공동대응 와중에 시멘트 계열 레미콘사들은 중간에서 눈치만 보는 모양새다.
이들의 경우 원가인상 요인이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제 목소리를 내기란 어렵다. 모기업이 시멘트와 레미콘의 수직계열화 관계이기 때문에 ‘친정’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회의에서도 시멘트 계열 업체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향후 공동대응에도 함께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한편, 한일시멘트는 지난 2일 시멘트값을 기존 1t당 9만2200원에서 10만6000원으로 약 15%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레미콘업체에 보냈다. 삼표시멘트도 11.7% 가량 단가를 올리겠다 통보했다. 레미콘업계는 쌍용C&E 등 나머지 업체들도 조만간 가격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