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시행 2년…전세 이중가격 현상 뚜렷

헬리오시티 84㎡ 전세보증금 최대 7.4억 차

임대차 안정 대책 영향에 전세 물량 늘었지만

신규 계약자, 오른 전셋값 한꺼번에 부담해야

같은 단지 전세가 8억부터 15억까지…임대차법이 만든 전세시장 풍경 [부동산360]
서울시내 한 상가에 밀집한 공인중개업소.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2년간 동일 단지, 동일 면적 아파트의 전셋값 격차가 급격히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층이나 향, 인테리어 등으로 보증금의 10~20% 선에서 차이를 보였다면 최근 들어선 보증금 규모가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셋값이 지난 2년간 급등하면서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 간 가격 차도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자료를 토대로 국내 아파트 단지 중 가장 규모가 큰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전세거래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전용면적 84㎡의 전세보증금은 평균 11억4295만원이었다. 2년 전인 2020년 6월(9억272만원)보다 약 2억4000만원 높았다.

눈에 띄는 점은 달라진 가격 편차다. 2년 전 같은 평형 아파트의 전세 최고가와 최저가는 2억원의 차이를 보였는데 올해 6월에는 그 간극이 7억4210만원으로 확대됐다. 최고가가 15억8000만원으로 최저가 8억3790만원의 1.9배 수준이었다. 최고가를 제외하더라도 보증금은 8억~9억원대와 11억~12억원대로 확연히 나뉘었다. 이중가격 구조인 셈이다. 갱신·신규 계약 구분은 공개 전이지만 2년 전 시세로 체결된 8억~9억원대 거래는 갱신 계약으로 추정된다.

강북권 최대 규모 단지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보더라도 이중가격 구조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달 전용 84㎡의 전세보증금 규모는 최저 8억1900만원에서 최고 11억5000만원으로 최대 3억3000만원 가량 차이 났다. 2년 전 전세 실거래가가 7억3000만~8억4000만원 선으로 대략 1억원 안팎의 차이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편차가 크다. 갱신 계약은 8억원대에 체결되는 반면 신규 계약은 10억~11억원 선에서 계약서를 쓰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중가격을 임대차법이 불러온 기형적인 가격 구조라고 봤다. 계약 갱신 시 보증금 증액은 5% 이내로 제한되는 반면 신규 계약에는 상한이 없어 가격 차가 생겼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전셋값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 격차가 크지 않겠지만 임대차계약이 사실상 4년간 묶이는 집주인이 지난 2년간 가격을 필요 이상으로 올리면서 가격 상승 흐름이 형성돼 격차가 벌어졌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일부 갱신권을 사용하지 않고 가격을 올려 재계약하는 사례까지 더하면 삼중 가격 구조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임대차 안정 대책 등의 영향으로 전세 유통 물량이 다소 늘면서 전세시장이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이들은 그간 오른 전셋값을 한꺼번에 감당해야 하는 형국이다.

이에 새 정부가 폐지에 가까운 임대차법 개선을 예고하고 있지만 임대차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이 절반 이상인 여소야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일각에선 2년간의 진통 끝에 자리 잡은 정책을 흔들 경우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의 전세 문제는 유통 물량이 줄어들면서 생긴 공급 애로 현상으로 임대차법이 결정적인 사유가 됐다”며 “정부 측 제안대로 임대차 기간을 줄이는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선 방안에 대해 여야가 상호 협의를 거치되 여론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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