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 우려에 주민 민원 크게 늘어

공인은 “직거래 사정 알아보느라 힘들어”

서울 상반기 직거래만 1112건…14.06%

“우리 단지 왜 떨어졌는지 알아봐줘요”…시세 민원 창구 된 공인중개사[부동산360]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등 주택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 강북구의 A 공인 대표는 최근 집주인들의 민원 탓에 탐정이 된 것 같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근 인근 단지에 시세보다 1억원 낮게 매매된 거래 기록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입력됐는데, 단지 주민들이 공인을 찾아 “왜 떨어진 것인 것 알아봐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A 대표는 “한 두 주민이 말하면 적당히 둘러댈 수 있는데, 같은 거래 건을 갖고 5~6명이 동시에 문의를 해오니 안 알아볼 수가 없었다”라며 “자기도 매물을 더 낮게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성화에 알아보니 자녀에게 증여한 경우였다. 그제서야 주민들이 돌아갔는데, 너무 힘든 기억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의 B 공인 대표 역시 요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매일 접속하고 있다. 시세와 다른 가격대의 매매 거래가 공개될 경우 집주인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공인을 통하지 않는 직거래가 크게 늘면서 거래 배경을 확인하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B 대표는 “직거래의 경우 대부분 가족 간 거래인데, 또 시세와 너무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가족 거래도 아닌 것 같다는 식의 주민 문의가 더 빗발친다”라며 “예전에는 이정도로 민감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강남마저 이러니 지금 부동산 시장이 정말 안 좋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전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등 시장 패닉이 이어지며 공인중개사들의 고통도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장기간 거래 절벽에 자녀 증여를 위한 직거래 등이 늘어나면서 가격 변동에 민감해진 집주인들이 공인중개사에 거래 배경을 묻는 등의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공인 대표들은 최근 급격히 늘어난 직거래 탓에 주택 소유주들의 불안이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거래 배경을 알기 힘든 직거래의 경우, 부동산 증여가 상당수인데 시세보다 낮게 거래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올해 서울시 전체 아파트 거래 7904건 중 직거래는 1112건으로 비율로 따지면 14.06%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거래 10건 중 1건 이상은 직거래인 셈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동양파라곤의 경우 지난 4월 하루 사이로 전용 180㎡가 각각 22억4000만원과 24억5000만원에 매매됐는데, 두 거래 모두 시세인 34억원과 최대 12억원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나 주변 공인들이 비상에 걸리기도 했다.

강남구의 한 공인 대표는 “나중에 확인해보니 두 거래 모두 직거래로 나타났다. 같은 크기 아파트 시세가 34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누가 봐도 증여 거래로 보이지만, 인근 주민들이 ‘혹시나 시세가 떨어진 것 아닌지 알아봐달라’고 말해 고생했다”고 했다.

사정은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강북도 마찬가지다. 노원구 월계동의 한 공인 대표는 “월계주공 2단지의 경우, 지난 1월 한차례 증여 거래가 발생했는데, 전용 59㎡가 시세보다 3억 낮은 4억원에 거래돼 주민들이 크게 동요했었다”라며 “워낙에 거래가 없다보니 그런 이상거래 한 건이 나오면 주민들이 크게 불안해한다. 최근에야 같은 크기 아파트가 7억1000만원에 중개거래됐는데 그제서야 주민들이 안심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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