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건물 거래회전율 0.42%로 하락세
전국서 서울이 가장 낮아…노원 0.11%
경제여건 악화 속 매수세는 계속 위축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부동산시장에서 매매활성화 정도를 나타내는 거래회전율이 지난달 9년여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물가상승과 금리인상 등 경제여건 악화와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 등에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거래가뭄’만 날로 심화하는 모습이다.
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오피스텔 등) 거래회전율은 0.42%로, 2013년 1월 0.32% 이후 9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집합건물 1만개 중 42개꼴로 거래됐다는 것으로, 거래회전율이 낮을수록 거래 가능한 부동산에 비해 소유권 이전등기가 완료(등기원인 매매)된 부동산이 적다는 의미다.
거래회전율은 지난해 3월 0.83%로 연중 고점을 찍은 뒤 소폭 하락하기 시작해 그해 6~11월 0.60%대를 나타냈고, 12월 0.59%로 내려앉았다. 올해는 1월 0.50%를 기록한 뒤 2~5월 0.46~0.47% 수준을 오가다 지난달 0.42%로 더 낮아졌다.
전국 17개 시도·광역시 중에서는 서울의 집합건물 거래회전율이 0.30%로, 가장 낮았다. 서울의 수치는 지난해 월별로 0.44~0.73%를 나타냈는데 올 들어서는 줄곧 0.30%대에 머물며 지난달에는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특히 지난해 ‘영끌’ 수요가 대거 몰리며 집값이 상승했던 노원구(0.11%)의 침체 양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거래회전율이 최고 1%대까지 치솟았던 경기·인천도 지난달에는 각각 0.40%, 0.51%를 나타냈다. 지방에서는 광주·강원·충북·전남을 제외한 10개 지역의 거래회전율이 0.50%에 못 미쳤다. 부산(0.34%), 세종(0.35%), 대전(0.36%), 경북(0.40%) 등의 순으로 수치가 낮았다.
거래시장의 활력이 떨어진 데에는 금리인상과 고물가, 집값 하락 우려 속 매수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로 매물이 늘고 있지만 현재 시장에는 팔 사람에 비해 살 사람이 부족한 상태다.
6월 마지막 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8을 기록하며, 90 이하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인데 90 아래로 떨어진 건 2019년 8월 12일(89.6) 조사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국 수치는 92.6으로 6주 연속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거래가뭄과 매물 적체 현상이 이어지면서 주택 가격도 약보합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계속되는 금리인상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으로 구매력 있는 실수요자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다주택자 일부가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을 활용해 시장에 매물을 던지고 있지만 매도·매수자가 생각하는 집값의 격차가 커 거래활성화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경기불황으로 전반적인 매수세가 줄면서 매물 적체 현상과 평년보다 저조한 주택 거래, 가격 약보합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