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인터뷰
예비 우주인에서 ‘성공한 창업자로’
“인수위서 경제2분과…이야기 많이 해”
우주관련해선 “민간이 주도해야” 강조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우원희 PD] 전 지구적으로 우주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서 국내 1호 예비 우주인은 민간 중심 우주개발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를 앞두고 새 정부가 항공우주청 신설을 앞둔 상황에서 나온 의견이다.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최근 서울 서초구 소재 에이팀벤처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통해 “버진갤럭틱·스페이스X·블루오리진과 같은 민간 업체들이 우주사업을 주도하는 미국은 우주 분야에서 크게 앞서나가고 있다”면서 “새 정부도 우주개발 정책을 입안하는 데에 민간 사업자들의 참여를 더 늘려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15년 전 한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생으로 선발돼 대중에 이름을 새겼다. 고 대표 이후 새로운 한국인 우주인 선발은 없었다. 그는 “선발 과정 이후 벌써 15년이 지났지만 우주 관련 이야기를 볼 때면 기분이 묘하다”고 했다. 2차 발사를 앞둔 누리호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원이 노력한 만큼 꼭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다”며 “이제 첫발을 뗐으니 앞으로 한국 우주산업은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우주사업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우선 항공우주청 설립이 가시화됐다는 의견이 많다. ‘대전광역시’ ‘경상남도 사천시’ 등 언론을 통해서 몇몇 후보지가 거론될 정도다. 6월 지방선거라는 굵직한 이벤트가 끝난 상황에서 항공우주청 설치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오는 8월에는 한국 최초의 달탐사선 ‘다누리’가 미국 스페이스X의 팔콘9에 타서 우주로 향한다. 민간에서도 소프트웨어 ‘한글’로 알려진 한글과컴퓨터가 지난 5월 국내 최초의 지구관측용 민간 위성 ‘세종1호’를 발사해 궤도에 안착시켰다.
예비 우주인 출신인 고 대표도 새 정부 출범에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과학기술 교육분과위원으로 참여했다. 고 대표는 인수위에 참가해서는 주로 산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2분과 소속으로 주로 산업적인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면서도 “우주와 관련해서도 최대한 많은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고 대표는 우주 분야에서 민간 분야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이제서야 국산 발사체를 선뵌 대한민국에는 아직 먼 얘기 같지만 고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도 민간 분야에서 위성체와 발사체를 만드는 업체들이 있다”면서 “관 주도로만 우주개발을 하는 것은 우주개발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민간 기업들이 우주개발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개발기업 스페이스X는 발사한 로켓을 10차례 재사용했고, 우주선 스타십도 재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만큼 발사비용은 줄어들게 되고, 우주개발은 활발해질 수 있다. 블루오리진과 버진갤럭틱은 유인우주선을 지구 밖으로 내보냈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지원이 있긴 했지만 민간의 창의성이 발휘됐기에 가능했던 성과다.
고 대표는 “버진갤럭틱도 발사기술을 가지고 이를 유인발사에 활용하는 데에 18년이 걸렸다”면서 “새 정부의 우주정책도 민간 분야 중심으로 빨리 발전해야 외국 선진 기업들에 뒤처진 부분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이 우주개발 적기라고도 했다. 고 대표는 “앞으로 10년이 우주개발사업에 있어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면서 “한국도 우주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고 대표의 본업은 ‘기업인’이다. 그는 제조업체와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카파 커넥트’라는 플랫폼을 운용하고 있다. 3D프린팅, 주조, 금형, 판금가공 등 다양한 분야의 제조업 종사자들을 서비스가 필요한 이들과 연결해준다. 고 대표는 “B2B판 크몽이나 숨고를 생각하면 된다”면서 “국내에선 생소한 사업 분야일 수 있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서비스가 정착한 분야”라고 말했다.
지금에 도달하기까지 한 차례 피버팅(Pivoting)을 거쳤다. 사업 초창기엔 3D프린터업체를 직접 운영했다. 직접 뛰어들었던 제조업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업체는 손님을 찾을 수 없고, 손님은 제조업체를 구하지 못해 한정된 업체에서 비싼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 대표는 “어떻게 하면 제조업 생태계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 방향을 선회했다”고 회상했다.
우주개발보다는 제조사 관리가 주업무이고, 연구원보다 투자자들을 만날 일이 더 많아진 고 대표지만 우주에 대한 꿈은 여전하다. 인터뷰 끝쯤 고 대표는 “사업이 잘되면 관광객으로 우주로 나가는 것이 꿈”이라면서 “사업도 잘되고 앞으로 우주개발도 활성화될 테니 조만간 이뤄질 꿈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밝게 웃었다.
zzz@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