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직업군이다. 검사가 주인공인 영화만 해도 ‘검사외전’ ‘더 킹’ ‘내부자들’ 등과 드라마는 대표적으로 ‘비밀의 숲’부터 최근 ‘어게인 마이 라이프’까지 일일이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다. 조연으로 등장한 것까지 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아진다.
작품에서 검사는 대부분 악당으로 나온다. 승진과 권력 쟁취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간혹 정의로운 검사가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때에는 부장검사나 검사장 등 상관이 수사를 은폐하거나 압력을 행사하는 악당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렇듯 종종 평면적인 인물을 등장시킨다. 정의롭거나 악랄하거나 둘 중 하나. 그래야 이해가 편하고 집중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단지 드라마나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다. 그것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런 일이 최근 몇 년간 일어났다. 지난 정권의 집권기간에 가장 많이 이름이 거론된 조직은 ‘검찰’이다. 국민의 삶에는 기획재정부, 교육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다른 부처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텐데 유독 검찰이 사람들의 입에 올랐다.
지난 정권 초기 검찰이 적폐수사를 주도하면서 정권과 검찰은 아주 긴밀해 보였다.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그런데 그 관계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급변했다. 일부 강성 여권 정치권 인사와 ‘셀럽’은 검찰총장 징계를 주도하고 검찰을 ‘악마화’하는 데에 주력했다. 이에 맞서 검찰이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다 탄압받는 장면을 ‘영웅화’하는 세력도 등장했다. 이런 혼란 속에 정치 경험이 없는 검찰총장 출신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실에서 검찰은 악마도, 영웅도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극단적으로 묘사되는 그런 검사는 현실에서 찾을 수가 없고, 실제로 존재해서도 안 된다.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 사람은 입체적이다. 평면적이지 않다. 평면적이라는 건 어떤 사람을 ‘악하다’ ‘선하다’ 같이 단순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물론 악한 사람, 선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입체적이다.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다. 사람의 내면은 그래서 복잡하고 우리는 사람을 쉽고 단순하게 판단할 수 없다. 무리나 집단도 마찬가지다.
검찰과 검찰 관계자를 평상시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 법조계 한 사람으로서 검사들은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다. 실상은 드라마 ‘검사내전’의 배우 이선균이 맡은 이선웅 검사와 동료 검사들에 더 가깝다. 다른 직장인처럼 밤늦게까지 일에 매달리고, 점심 메뉴를 고민하며, 자기 생활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아이를 돌보느라 재판에 늦는 엄마 검사의 일화도 나온다. 이들은 악마도, 영웅도 아니다. 검사들은 사건기록에 파묻혀 지낸다. 그 사건이란 것도 대부분 민생 사건들이다. 드라마 ‘검사내전’에 등장한 사기, 임금 체불, 무고 등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사건들이다. 이들을 흔히 ‘형사부 검사’라고 부른다. 검사 대다수는 이 같은 형사부 검사다.
최근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이라 불리는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요직에 배치되었다. 지난 정권에서 적폐수사를 주도하다가 조국 등 정권수사를 하는 바람에 좌천됐던 검사가 대부분이다. 야권은 진작에 ‘검수완박’을 밀어붙여 검찰 무력화에 나섰지만 검찰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이전 정권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임기 초부터 검찰은 폭풍 전야에 내몰린 셈이다.
형사부 검사들이 검찰의 주역이 되고, 사법경찰 수사 통제라는 검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제도개혁은 앞으로 불가능한 것인가. 또다시 검찰을 ‘악마화’하거나 ‘영웅화’하는 것은 너무나 불행한 일이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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