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주택 공급계획 대비 실적 분석해보니

2017~2021년 5년간 내리 저조한 성적

시장 호조에도 2021년 목표 달성률 60%대

“수요억제, 분양가 관리 등이 민간공급 위축”

한은 “LTV 완화, 서울 아파트 값만 높일 것”
사진은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본 서울 아파트.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지난 5년간 민간 사업자의 주택공급 계획 대비 실적이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수요 억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펼치는 동안 공급이 되레 위축됐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분양가격 관리 제도가 민간의 공급 확대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1일 헤럴드경제가 부동산R114 자료를 바탕으로 2017~2021년 5년간 민간주택 공급계획 대비 실적을 분석한 결과 평균 26.0%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에는 26만3999가구를 공급하며 건설사들이 전년 말 밝힌 계획(29만8331가구)을 90% 가까이 달성했으나 이듬해인 2018년 당초 계획 41만7786가구의 절반을 조금 넘는 23만5856가구를 공급하는 데 그쳤다. 2019년에도 공급목표 달성률은 65.6%로 계획(38만6741가구) 대비 13만가구 이상 모자란 25만3533가구를 시장에 내놨다.

2020년에는 건설사들이 공급계획을 32만가구대로 축소하면서 90.9%의 비교적 높은 목표 달성률을 기록했으나 공급량 자체는 29만6384가구로 30만가구를 넘지 못했다. 전년도 집값 상승으로 주택시장 호조세 속에서 문을 연 2021년 건설사들은 38만2532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26만2750가구를 분양하며 전년 실적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7년부터 5년간 계획하고도 공급하지 못한 물량을 단순 계산해도 49만가구가 넘는다. 2년 이상 공급이 지연돼 중복으로 계산된 물량을 고려하더라도 1년 치 공급량은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업계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규제 완화에서 강화로 바뀌면서 공급계획 대비 실적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수요 억제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정책과 주택가격 관리를 위해 도입한 고분양가 관리지역 지정,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이 사실상 민간공급을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직전 5개년도 주택공급 성적표와 확연히 비교된다. 금융위기 이후인 2011~2013년에는 민간주택 공급 자체가 연간 19만가구 수준으로 적었으나 당시 계획과 비교해선 초과 공급을 달성했다. 2014년에는 계획(20만5327가구)보다 7만여가구 많은 27만2225가구가 공급됐고 2015년과 2016년에도 각각 141.0%, 119.0%의 높은 목표 달성률로 40만가구 안팎의 공급이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특히 통상 주택가격 상승 시기에는 건설사들의 분양이 늘어나지만 2002년 이후 연간 기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2020~2021년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전임 정부는 수요 억제를 통해 집값을 잡겠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시장의 파급효과는 의외의 부작용이 많았고 부작용의 하나로 공급이 과도하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도 “정부는 2017~2018년 수요 억제 정책을 펼쳤는데 2020년에는 공급 부족이 발생했다. 공급이 (수요보다) 더 부족해지면서 결국 주택가격이 상승한 것”이라며 “정책 설계는 시장의 안정화 관점에서 수요에 맞는 공급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민간 주도의 주택공급 확대를 강조해온 가운데 민간 건설사 공급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최근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택시장 재과열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공급이 눈앞에 없는데 이를 늘리는 걸 보여주지 않고 심리를 잡을 수 있냐”면서 “2020년 8·13대책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하되 민간 부문에서도 주택공급을 촉진할 수 있도록 분양가상한제 폐지나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 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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